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국과 러시아/이그나텐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이그나텐코(칼럼)

입력
1993.03.07 00:00
0 0

◎동반자 의식없이 대립땐 서로 불행오는 4월3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현안에 대처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담은 특히 러시아의 국가 권력구조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1주일 남짓 앞두고 열리는 것으로,국내 보수세력의 강공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옐친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옐친은 의회의 반대세력들에 정쟁 종식을 위한 타협안을 끝내 거부할 경우 마지막 선택으로 비상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이러한 경고에 대한 하스불라토프를 비롯한 의회측 강경보수파들은 옐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옐친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옐친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러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클린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또한 클린턴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백악관은 앞으로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러시아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장려할 것인가.

아직까지 이러한 방향의 극적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의 새주인은 외교의 대부분을 외교 전문가와 직업 외교관들에게 맡길 것으로 보이며 이는 러시아와 독립국 연합국가뿐 아니라 구 유고 위기처럼 팽팽한 긴장상태의 현안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미 대통령 선거의 초점은 거의 전적으로 국내 사회경제 문제였으며 클린턴이 이 사실을 잊는다면 자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대통령은 현명하고 정력적인 인물이어서 러시아의 개혁실패는 양국간에 다시 군비경쟁을 초래,새행정부의 경제개혁을 덮어버릴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새대통령은 이를 짐작하고 있음이 틀림없으나 아직 구체적인 발언이나 정책화한 것은 없다. 그는 사실 국내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젊기 때문에 21세기에도 정치적 주목의 대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클린턴이 깊이있는 대외 정치전략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이 전략에서 중심축에 위치해 있다. 워싱턴의 정권이 바뀐 바로 지금이야말로 「러시아는 항상 미국과 견해를 달리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미국은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두뇌집단인 해리티지재단의 러시아 전문가 에어리얼 코엔은 「클린턴에게 다가오는 위기­러시아」라는 연구에서 『미 행정부는 공산주의의 70년 유산을 해체해서 러시아를 서방에 통합된 민주적이고 번영된 나라로 만들려는 옐친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정만 하는 것은 이제 충분치 않다.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들의 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확대를 위해 미 대통령은 4월 정상회담에서 옐친에게 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미국은 독립국가연합 관련 외교정책을 결정,개혁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서방이 러시아의 개혁주의자들을 굳게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원조프로그램도 신중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구 소련 및 러시아의 채무이행시기 연장에 관한 파리클럽의 검토도 그 가운데 속한다. 경제개혁의 실패와 그로인한 초인플레는 러시아를 파벌 또는 지역간 전쟁으로 몰아 산산조각낼 우려가 있다.

초인플레와 러시아 중앙정부의 몰락위협은 러시아에 내부 폭발과 혼란,내전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되면 러시아는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며 이들 세력은 이미 서서히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러시아가 전체주의적 독재로 넘어가면 반서방적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군사안보와 관련해 미국의 추가지원 여부는 러시아가 기존 군축협정을 이행하는데 달려있다. 러시아가 협정시한에 따라 동구 및 발트해 연안국가로부터 군대를 철수하고 발트연안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린턴은 러시아문제를 외교정책의 급선무로 삼아 원조를 비롯한 포괄적인 지원프로그램을 꾸준히 이행함으로써 구 소련의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전에서 진 것은 공산주의이지 러시아가 아니다. 미국의 여론은 이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과거의 적을 깔보고 러시아로 하여금 모든 면에서 미국의 발뒤꿈치를 따르게 하려는 유혹이 크지만 이는 미국이 극복해야할 유혹이다. 안정된 러시아 민주정부는 러시아가 강하고 독립적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러시아와 미국이 동반자관계를 쌓기란 과거의 대결상태를 극복하기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둘다 실용주의적 사고를 발휘,냉철한 자기평가를 거쳐 상호 타협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대전환은 이미 일어났으며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