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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따이한/오미환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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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따이한/오미환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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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둔 미군과 현지 여인들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8천6백여명이 5일 미국정부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외신 보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 땅에도 4천여명의 혼혈아가 살고 있다. 이들중 일부는 사회의 냉대속에 음지를 떠돌다가 결국 다시 기지촌으로 흘러드는 경우도 있다. 기지촌 주변에서는 지금도 버림받을 운명을 지닌 생명들이 태어난다.

한편 베트남에는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라이 따이한」들이 있다. 베트남 여인들이 키우는 이들 한국계 혼혈아는 적게는 3천명,많게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가 돼있다. 베트남 전쟁은 끝났고 종전 17년만인 지난해 12월 한국과 베트남은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아직까지 라이 따이한은 내팽개쳐진채 그대로다.

미국은 지난 82년부터 베트남에 남은 미국인 2세를 자국으로 데려가고 있다. 씨뿌린 자가 거두는 것이 당연한 인륜인 만큼 우리도 베트남에 버린 핏줄을 돌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 자식을 팽개치고 떠나버린 미군을 나무라듯이 베트남은 라이 따이한의 아버지 나라인 한국을 손가락질 할 것이다.

이번에 필리핀 혼혈아들이 미국에 청구한 액수는 그들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의 교육비와 의료비를 합한 총 6천9백만달러(5백52억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미 해군이 필리핀 수비크만 기지를 철수하면서 남게된 5만여명에 달하는 혼혈아의 일부일 뿐이다.

5백52억원은 큰 돈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은 그 돈에 실린 혼혈아들의 눈물과 지난 역사의 무게다. 우리에게도 갚아야할 과거의 빚이 있음을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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