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확산 조기 차단” 정공법/YS 인사방식 변화 있을듯고위공직자의 위·편법 파문이 날로 증폭되자 김영삼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형질변경한 김상철 서울시장을 전격 경질하는 단안을 내렸다. 아울러 딸을 특례입학시킨 박희태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사안이 원상회복됐음을 고려,유임시키기로 했다.
김 시장 사건의 경우 명백한 위법행위로 판명된 마당에 경질외에는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그린벨트 형질변경을 단속하는 서울시의 장에 위법행위의 당사자가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김 시장의 퇴진은 예정된 수순이었고,김 대통령은 이 수순을 앞당김으로써 불신의 확대 재생산을 조기 차단시키고자 했다. 신속한 경질결정은 사건보도 하루만에 이루어져 위기국면 때마다 나타나는 김 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를 연상시킨다.
반면 박 법무장관의 유임은 내각 전체의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쇄신 이미지를 강조한다면 박 법무의 경질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김 시장에 이어 박 법무까지 경질할 경우 초대 내각인선의 전체 위상이 추락하고,이 결과가 결코 향후 정부운영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듯하다.
더구나 박 법무장관의 경우 위법행위가 아닌 편법행위를 했고,사건보도 즉시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데다 개인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유임결정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경질과 원상회복」으로 요약되는 수습책은 일단 시의적절했다는 평이다.
특히 각료의 위법시비는 인선의 적합성 차원을 넘어 개혁 청사진 전체를 흐뜨릴 수 있는 중대사였던 만큼 신속한 단안은 일정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격 경질이 국민감정의 진정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나아가 새정부의 개혁정치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더욱 미지수다.
「김영삼 개혁」의 요체는 국민동의와 참여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확산된 국민불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새정부의 전도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이 부분이 바로 새정부가 가장 고심해야할 대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초점은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자기 정화로 모아진다. 지도층의 쇄신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새정부의 「고통분담」을 「서민희생」으로만 받아들일 것이다.
청와대 인사들,정부 각료들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는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정치자금 등과 관련한 개혁의지를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차제에 김 대통령의 「보안인사」도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제3,제4의 위법파문이 터질까 전전긍긍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도 YS 인사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정가나 증권가에서도 각종 악성루머가 나돌고 언론사 등에 항의전화와 투서가 잇따르는 현실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핵심인사는 현 상황이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김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이 계기로 승화시킬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인사는 『무엇보다도 김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번 일이 보다 신중한 인선과 정책추진에 일조하겠지만 개혁일정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통령도 4일 전격 경질조치후 『청와대가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혀 여전히 「윗물맑기 의지」를 강조했다. 고위직 인사가 일으킨 파문을 정치권 쇄신의 재다짐으로 전환시키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또 『향후 인사는 대통령직속 인사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에 기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대통령 혼자의 인사스타일을 변경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풀이되며 보다 신중한 국정운영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전격 경질조치에 이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인사스타일 개선,청와대의 정치자금 관리금지를 선언한 것은 난국을 정공법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어진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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