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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두얼굴/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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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두얼굴/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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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장이 되기 전 김상철씨는 명석한 논리와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는 소신있는 변호사로 투영됐었다. 항상 정의편에 서려는 노력과 패기까지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과격하지 않은 온건한 입지를 지키려는 것 같아 유달리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신문지상에서 가끔 대하게 되는 그의 상당한 글재주와 TV토론때 듣게되는 정연한 논리의 말솜씨로 해서,꽤나 명성도 얻었을테고 그의 실상을 몰랐던 많은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망도 받았을듯하다.

때문에 그의 전문분야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서울시장으로 발탁됐을 때,「때묻지 않은 참신함이 오히려 개혁에는 도움이겠다」는 기대를 걸게 했다. 그의 취임일성 또한 『무슨 일이든 똑바로 하겠다』는 것이어서 신뢰감도 갖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소신있고 사회정의실현에 앞장서는 것처럼 처신했떤 그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안에 집도 무단으로 증축했고 5백여평이나 되는 농지를 불법으로 형질변경하는 등 훼손행위를 자행한 장본인이며 더욱이 그러한 행위를 단속해야하는 서울시장으로 앉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김상철에 대한 인간신뢰」는 땅으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그의 위선과 2중적 처세에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낀 시민들은 『그런 사람이 시장을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것만 봐도 이 사회의 지식인이나,지도층 위치에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부정과 부조리에 대한 불감증에 걸려있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 것』이 아니냐고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

입으로 정의를 외치고,행동으로 사리를 탐하는 위선자를 「단 한주일」동안이라도 시장으로 모신 것이 시민들의 자긍심에 먹칠을 했다는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만하다.

그의 불법행위가 보도된 직후 기자들에게 그가한 해명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적인 것이어서 사려깊은 사람들에까지 그의 2중성을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그린벨트제도가 실시된지 5년이상 지나서 그린벨트임을 엄연히 알고 사서 들어간 그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불법형질변경이 훼손 아닌 보다 나은 보존』이라는 궤변을 농하고 『주변이웃들이 다들 증·개축을 하고 있어 문제될게 없는 것으로 알았다』는 말은 평소 「그의 명쾌한 논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했다는 식의 말은 판사출신의 율사가 입에 담을 말이 못된다.

더욱이 그는 관할구청으로부터 밭을 잔디정원으로 형질변경한데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받고서도 극히 일부만을 눈가림식으로 원상회복했으며 주택증축분에 대해서 2차례의 경고를 아예 무시했다고 한다.

그의 그린벨트 훼손경위는 돈깨나 있고 힘깨나 쓰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불법·부조리행위의 전형과도 같다. 아마도 보통시민들이라면 5백평은 고사하고 50평의 그린벨트만 훼손했어도 벌금은 말할 것도 없고 형사처벌까지 받았을게 틀림없다.

관할구청이 여러해에 걸쳐 자행됐을 김씨의 그린벨트 훼손행위에 그처럼 소극적인 대응만을 한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형평에 어긋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김씨의 겉다르고 속다른 2중성과 위선이 폭로된 사건은 어쨌거나 이 사회의 지식인들과 지도층 인사들의 두얼굴을 벗기는 교훈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공석상에서는 사회정의와 원칙에 어울리는 논리를 펴면서,사적으로 내몫 챙기기에 바쁜 2중성과 위선을 일삼는 지도층 인사가 어디 김상철 한사람 뿐이겠는가. 「김영삼정부」가 척결해야할 개혁의 핵심중 하나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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