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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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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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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해보자. 94년 어느날 김일성이 『우리도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위협에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고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또는 미국의 울시 CIA 국장이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의회에서 증언한다면 어떨까.세계가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다. 북한은 엄연한 핵보유국으로 상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한과 협상할 때,마치 수류탄을 가슴에 달아매고 나온 상대를 대하는 꼴이 될 것이다.

40년간 전쟁공포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은 탈냉전의 분위기를 맛볼 틈도 없이 핵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태동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일본이 자위를 위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중국이 군사력 강화로 대응할 것이다. 결국 동북아시아는 다시 지역냉전장이 된다.

그러나 이런 상상은 현실로 향해가고 있는게 아닐까. 제임스 울시 CIA 국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폭탄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하고도 이를 위장하고 있다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밝힌 북한 핵개발의 최신 정보이다.

북한이 특별 핵사찰을 거부하는 일,국제원자력기구가 유엔안보리에 회부해서라도 강제사찰을 받게 하겠다는 주장 등을 묶어 볼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자꾸만 접근해 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북한은 이미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하며 시리아 등에 수출까지 하는 판이어서 핵무기 운반수단도 확보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설정한 1개월의 유예기간이 헛되이 지나면 북한 핵사찰은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는 길밖에 없다. 안보리 논의에서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르고,또 경제제재가 취해지더라도 그 효과가 북한의 굴복을 부른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 핵문제에서 한국은 제1의 당사자이다. 북한이 사찰을 받지 않으면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보다는 북한이 핵사찰을 받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강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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