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3일 민자당의 당직개편을 마지막으로 청와대행정부여당으로 연결되는 3각체제 구축을 일단 마무리했다. 취임 1주일만에 김 대통령체제의 골격을 갖춘 셈이다. 앞으로 정부 각 부처의 차관과 시도지사 등 실무진에 대한 후속인사가 남아있지만 개혁을 이끌고 갈 각 분야의 핵심인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할 것 같다.그동안 청와대 참모진내각의 각료민자당 요직의 순서로 진행된 일련의 인사를 한눈으로 훑어보면 대체적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외형적으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참신성을 자랑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김 대통령 자신의 본적지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 출신인사들이 청와대행정부민자당의 요소요소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김 대통령 자신을 선봉장으로 하여 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업을 끌고 가겠다는 충정에서 단행된 그런 인사의 한 단면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오랫동안 야당의 시각에서 관찰해온 것이 많이 때문에 각종 부정과 비리들을 척결하는데 남다른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계가 많다드니 민정계가 소외되었다느니 하는 여러가지 잡음에 대해서는 논평하고 싶지 않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와대행정부민자당으로 이어지는 연쇄 인사에서 옥의 티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먼저 선을 보인 청와대 수석비서관 임명에서도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것이 즉각 시정되긴 했는데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있다.
이어서 나온 파격적인 새얼굴 조각은 여론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곳곳에 「티」가 묻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는 취임 며칠만에 자진사퇴를 해야 하는 사태발전이 우려되는 일도 없지 않다.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김상철 서울시장의 그린벨트내 농지형질변경 사례는 개혁과 변화를 내용으로 하는 새정부의 신한국 창조 이념과는 시작부터 거리가 먼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수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아닌 묵은 시대였다고 해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일이 드러난 것이다.
3일 발표된 민자당의 요직개편에 대해서도 「이 시대에 또 저사람이」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국민들은 잊었는지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이쯤해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김영삼팀에 적합치 않은 결정적인 과거를 가진 사람이 더 드러난다면 큰 일이다. 개혁이고 뭐고 초장부터 분위기가 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선후 취임까지 2개월이라는 기간이 있었는데도 시행착오가 자꾸 나온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보안유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비밀인사로 일관한 탓에 생긴 실수들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믿을만한 기관에 해당인사들을 충분히 사전 조사하도록 조치한다든지,아니면 국회의 소관 상위 등에서 인준 청문회라도 해서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든지 무슨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시행착오에 해당되지 않는 인사들에게도 할말이 있다. 대통령이 재산공개를 했다면 국무총리나 감사원장 안기부장 그리고 각부장관 청와대 참모들도 잇달아 동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자당도 선발대로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위로부터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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