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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고(고교 교육을 살리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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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고(고교 교육을 살리자:4)

입력
199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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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교육 외면 마치 “입시학원”/교과과정­학급편성 멋대로 변경/명문대학 입학률 높이기에 혈안/“정부­학교­학부모 노력… 설립취지 되살려야”고교평준화 정책속에 과학 외국이 예체능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 83년 인천의 경기과학고를 시작으로 특수목적 고교가 잇달아 설립됐다.

고교생들의 실력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되면서 둔재속에 파묻혀있는 영재를 찾아내는 일이 국가적으로 시급했던 것이다.

외국어고의 경우 84년에 고교학력 인정학교인 각종 학교로 각각 설립된 대원외국어학교와 대일외국어학교가 92년에 특수목적고로 지정되고 같은해 명덕외국어고 이화여자외국어고 등 5개교가 신설되면서 전국적으로 11개교로 늘어났다. 과학고는 88년 9월 신설된 서울과학고를 비롯,이번 신학기에 개교하는 강원과학고(원주) 경북과학고(포항) 등을 포함,13개교에 달하고 있다.

과학고와 예체능계 특수목적고는 비교적 설립목적에 부합되는 교육을 하고 있는 반면 일부 외국어고는 특수목적고가 된 뒤에도 각종 학교식의 입시위주 교육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이과반을 편법으로 운영하는가하면 문과반 학생들에게도 자연계 학과목을 보충수업하면서 외국어에 능통한 전문인력 양성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각종 학교때부터 정규학교와 달리 학교장이 커리큘럼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체육 음악 미술 등 전인교육에 필요한 과목을 외면하고 입시지향적인 교육이 가능했다.

평준화고교가 교육목표를 중간층 학생들에게 두고 우열반 편성과 보충수업 등을 일체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외국어고의 이같은 수업방식은 성적우수생들에게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징검다리로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평준화학교를 기피하고 자체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외국어고에 몰려 해마다 입시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신흥 명문고로 부상했다.

일부 외국어고의 경우 현재 고3생이 각종학교때 입학했다는 이유로 문과 7개반,이과 8개반으로 편성해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과반 학생들도 이과대 진학을 원하면 정규수업이 끝난후 물리 화학 수학Ⅱ 등의 과목을 보충수업해 주고있다.

외국어고와 과학고가 해마다 대학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학교측이 특수목적고 설립취지에서 벗어나 집중적으로 입시교육을 시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자질이 우수한 것도 큰 요인이 되고있다.

외국어고에 입학원서를 내려면 중학교 3학년 1학기 영어성적이 「우」 이상이어야 하며 과학고의 경우는 중학 2학년과 3학년 1학기 성적이 전체 3% 이내이거나 국어 영어 수학 과학성적이 「수」인 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전공무시 진학도

93학년도 대학입시에서도 특수목적고 돌풍이 불어 대원외국어고가 서울대에 1백73명,서울과학고 1백13명,서울예술고 1백12명,대일외국어고가 65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특히 대원의 경우 서울대에 91학년도 93명,92학년도 1백40명을 합격시켜 3년 연속 서울대 최다합격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연세대(1백13명) 고려대(1백24명) 이화여대(54명) 포항공대(2명) 등 소위 일류 명문대에만 전체 졸업생의 60%인 4백66명이 합격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대원외국어고 출신 1백73명의 분포를 보면 문과는 79명인데 비해 이과는 90명이며 나머지 4명은 예체능계인데다 일본어과를 졸업한 학생이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수석입학하기도 했다.

합격자중 어문계열은 13명에 불과하며 문과계열 합격자는 법학 10명,경영 6명,경제 1명 등의 순이었으며 이과계열도 의예과,전기전자제어과 각 6명,치의예 5명,약학 2명 등으로 소위 인기학과에 편중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에 65명을 합격시킨 대일외국어고에서 독어과를 졸업한 학생이 학력고사 성적 3백37점으로 물리학과에 진학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90학년도에 입학한 1백80명중 속진반을 통해 2학년을 마친 62명이 지난해 과학기술대에 합격했으며,나머지 올해 졸업생과 재수생 10명 가운데 1백12명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등 졸업생 거의 전원이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특수목적고가 명문대 진학에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자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자녀의 어학적 재능이나 과학적 적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특수고=일류대학」이라는 등식만을 생각하며 맹목적으로 특수고 진학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27일 하오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K학원에서는 특수고 진학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2백여명을 상대로 특수목적고 진학전략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달 7년동안 교무주임으로 일해온 D외국어고를 그만둔 이 학원 기획실장 김모씨(45)는 세미나에서 학부모들에게 『특수목적고에 합격시키려면 중학교 1,2학년때부터 쳬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며 학원수강을 우회적으로 유도했다.

이 학원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과목을 90분 수업기준으로 하루 2교시씩 번갈아 운영하면서 과목당 9만원을 받고 있다.

종합반은 소수그룹 지도를 윈칙으로 한반 정원을 25명으로 정해 담임까지 배치하고 한달 수강료는 33만5천원.

수강료가 다른 학원의 단과반 등에 비해 비싼데도 진학설명회나 수강신청때면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과학고반,외국어반 등으로 나누어 시험을 치러 학원생을 선발해야 할 정도이다.

지난해 50여명의 수강생을 서울과학고 한성과학고 대원외국어고 등에 40명 가까이 합격시킨 이 학원은 특수고 진학열기에 힘입어 올해는 종합반으로 확대했다.

특수고 열풍이 몰아치면서 강남의 일부 중학교에서는 진학반 심화반 특수반 등을 변칙적으로 운영하면서 특수목적고 입시에 대비하기도 한다.

D중학은 특수목적고 입시를 1년여 앞두고 외국어고 과학고 지원자 50여명을 대상으로 특수반을 운영한다.

이들 학생들은 매일 방과후 2∼3시간씩 영어 수학 과학과목을 중심으로 교사들로부터 특별교육을 받는다.

학교교육에 불안을 느낀 일부 학생들은 삼삼오오 특수고 대비반이 있는 입시학원을 찾아가 고교생용 「수학정석」 「성문종합영어」와 같은 고난도 교재로 배우기도 한다.

○편법운영 단속을

이같은 현상은 특수목적고 입시문제가 중학수준을 벗어나 출제되기 때문이다.

강남지역의 중학교에서는 한반에 7∼8명 정도가 과학고 외국어고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과학고의 경우 전체 3%이내의 상위권이라야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교석차 20등 이내의 학생들이 대상이 된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교사들 대부분이 석사학위 소지자이며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교사도 7∼8명이나 된다.

우수한 학생들끼리 몰려 경쟁함에 따라 일부 학생들은 성적이 오르지 않아 열등감에 빠지거나 정신적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낮 12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D아파트 10층 옥상에서 이 아파트에 살던 모외국어고 1년 박모양(16)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을 비관해 투신자살했다.

박양은 『사랑하는 아빠,성적이 계속 떨어져 봄방학때 성적표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어요. 전문대에 갈 실력도 안되는 것 같아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학교지원에 지역제한을 두고있는 과학고와는 달리 외국어고에는 전국 어느곳에서도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열성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특수목적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학교 주변으로 집을 옮기기도한다.

실제로 서울의 특수목적고 주변의 땅값이 최근 몇년사이에 크게 올랐다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말하고 있다.

서울 인문계고교의 고입선발고사 평균경쟁률이 올해 1.1대 1 수준인데 비해 외국어고는 5.3대 1로 좁은문을 실감하게 해준다.

특히 지난해 설립된 한영외국어고의 경우 6.8대 1을 기록하기도 해 특수목적고 선호도를 그대로 반영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입시제도하에서는 영재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외국어고의 경우 단순한 기능일뿐으로 영재교육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예 외국어고를 특수목적고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특수목적고를 본래의 설립취지대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와 학교당국,학부모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김신일교수(교육학)는 『특수목적고는 제도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설립목적에 어긋나게 운영하다보니 오늘과 같은 기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교육부,시교육청 등이 일부 특수목적고의 편법운영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방치해온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 중등교육국장 회의에서 『특수목적고는 설립목적에 맞는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전제,특수목적로에 대해 ▲교육과정 이수단위 준수 및 특별활동 강화 ▲탐구능력 배양 및 학습방법 체득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폭넓은 교양교육 실시 ▲합리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운영 등을 촉구한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당국의 단속이나 일시적인 조치로는 특수목적고를 본래의 궤도에 올려놓을 수 없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수목적고가 설립취지대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뒷받침해줘야 하며,학교경영자도 영재교육이라는 건학이념에 충실해야만이 특수목적고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반

▲사회부:설희관차장·김현수·장인철·여동은·남경욱·이진동·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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