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3·1절이었으니,봄이 기지개를 켜는 3월이 시작됐다.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이지만 경칩도 겨우 사흘앞이다. 봄기운이 그늘진 골짜기 잔설을 녹이는 사이 잠들었던 진달래 뿌리가 꿈틀거리고 온갖 나무와 화초들도 새싹을 틔울 것이다. ◆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발 밑에 바짝 다가섰다. 『송림사이 응달진 언덕에 아직도 무더기 무더기 쌓인 눈을 헤치고 맡아보면 흙속에서 봄냄새가 풍길 것 같다』고 심훈은 그의 「영원의 미소」에 썼다. 이제 우리는 잠자듯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봄이 눈부시게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봄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함께주는 계절이다. 어둠과 추위속에서 웅크렸던 정신과 육체의 누더기를 훨훨 벗어던지고 파릇한 봄의 새옷을 갈아 입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봄은 늘 3·1절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각성의 때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이 세계 만방에 「독립국임과 자유민임」을 선언한 「3·1 독립선언」은 오늘의 우리 조국을 있게한 정신적 지주이다. ◆지금으로부터 74년전 그때의 독립선언과 만세의 물결이 범민족적 항일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불교·천도교 등 우리의 종교계가 대의로 일치단합했기 때문이다. 그야먈로 민족의 역량이 총결집된,독립정신의 원천으로서의 3·1운동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총칼에 맞서 만세를 외쳤던 선열들의 애족정신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 아프게 반성해 볼일이다. ◆이제 우리가 고대했던 문민정부도 출범했다. 김영삼정부는 자유·민주·공화주의를 선언했던 3·1 정신의 알맹이를 오늘에 구현할 호기를 잡았다. 공약대로 「안정속의 개혁」을 확실히 실천하는 것만이 3월의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다. 만일 그렇지 못할 때는 국민적 실망과 저항이 「정치의 봄」마저 한겨울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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