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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불신·부패구조 청산 초점(문민정치시대: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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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불신·부패구조 청산 초점(문민정치시대:5·끝)

입력
1993.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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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근절 체질개선 지향/정치권 전반 의식변화가 관건김영삼대통령이 표방한 정치개혁의 요체는 이른바 「깨끗한 정치」의 실천과 정착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와같은 「정쟁정치」의 구현을 최우선 순위의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정치권 내부에 뿌리깊은 부팩구조를 말끔히 청산,권력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기반을 투명한 정치,정직한 정치에서 찾겠다는 복안이었던 셈이다.

김 대통령 자신은 이를 위해 「생활정치」니 「열린정치」니 하는 등의 수사를 동원하기도 했지만 요컨대 문민시대의 정치선진화를 이룩하는 길은 「교과서적인 정치」에 보다 충실히 접근하는 것이란 뜻에서 다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이미 체득한 터여서 문민시대의 「새정치」는 그야말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국민앞에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정치개혁의 1차적 대상은 음성화된 정치자금이며 이를 위해 왜곡된 부패사슬의 자금조달구조를 맨먼저 개선해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예를들어 정경유착과 금권정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자금을 양성화하고 공개·합리적으로 균분할 수 있는 정치자금법의 개정에서부터 선거공영제의 확대에 이르기까지 탈법과 부패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의 국고보조 확대 등 실질적 개선책이 강구중인 것도 사실이나 이보다는 정치적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무엇보다 최고권력층의 솔선수범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과거 집권당의 경우 당총재인 대통령이 매달 내려보내는 정치자금이 당을 꾸려나가는 살림밑천이었으나 김 대통령의 경우 이같은 관행을 아예 철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민자당 기구를 대폭 축소,감량토록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당운영을 공식화된 정치자금만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리띠를 졸라맬 채비를 갖추라는 지시인 셈이다. 나아가 정치권,특히 집권 여당의 이같은 체질개선조치는 사회 각 부문에 파급효과를 미쳐 새정부가 의도하는 「다시 뛰는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하게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선진정치로 가는 첩경의 방편으로 김 대통령은 「생활정치」를 제시한바 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는 정치』라고 생활정치를 해석,이를 국정지표의 골간으로 삼겠다고 했다. 즉 지금까지의 고정화된 우리 정치 행태에서 탈피,새로운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소위 정당중심 정치만이 아닌 시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국민의 요구를 보다 직접적으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의 정당만을 매개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각종 시민운동단체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환경·교육·교통·보건 등과 같은 정책결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토록 하고 자율적인 해결책을 모색토록 하는 길을 열어주자는 얘기이다. 결국 이같은 시민정치·생활정치의 발전적 모델은 궁극적으론 지방분권과 주민참여를 골간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으로 귀결된다고 봐야할 것 같다. 따라서 김영삼 문민정치시대의 성패는 지방자치시대의 성공적 개막과 정착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로 새정부는 「정치과정」의 공개를 상정하고 있다. 이른바 「밀실정치」의 폐해를 누차 경험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주요 국사를 논의하는 과정을 국민들도 훤히 알 수 있도록 해야하며 그래야만 정치협상과 흥정도 깨끗하게 결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권위주의의 낡은 틀을 과감히 털어버리는 것과 맥이 닿는다고 볼 수 있으며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것보다는 수평적인 공론화의 과정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매우 긴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나 정당의 민원창구의 기능과 역할이 보다 활성화돼 정책결정의 배경이나 과정을 일반인들이 수시로 들여다 보고 확인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영삼시대의 정치개혁은 구태를 과감히 청산,정치적 불신이나 냉소주의를 일소하고 시민들의 정치참여 폭을 확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치개혁의 방편으로는 최고위층의 향도를 통한 정치권 전반의 의식변화와 부정부패 척결의지의 성역없는 반영 등이 핵심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시대가 내건 정치선진화는 「민주정치의 완성」이란 청사진으로 국민앞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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