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발병등 인근국까지 재앙공포러시아가 구 소련의 핵폐기물 방류에 따른 「환경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ITN TV는 지난달 26일 러시아 해군이 핵잠수함에 사용된 원자로 등 핵폐기물을 동해 등지에 비밀리에 유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후 러시아에선 핵폐기물 등 오염물질에 의한 환경파괴 문제가 뒤늦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환경 전문가들은 구 소련이 과거 냉전체제하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적절한 대비없이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핵폐기물을 처리해온 후유증이 이제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며 대책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상 최대의 원전사고가 났던 체르노빌지역 말고도 러시아내에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이 산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이 군사지역이거나 해안지역이어서 아직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 피스는 러시아내 최대 오염지역으로 러시아 북서부 벨로에 모레(백해) 및 인근지역인 아르항겔스주를 꼽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역엔 3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상에서 핵실험을 실시해온 노바야 젬랴섬이 있다. 구 소련 당국은 노바야 젬랴섬과 카자흐의 세미팔라틴스크의 핵실험소에서 지하 핵실험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카자흐가 세미팔라틴스크를 폐쇄하는 바람에 이제 러시아내의 핵실험장은 노바야 젬랴섬이 유일하다.
러시아는 지난 91년 10월 1년간 핵실험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파벨 그라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일방적인 핵실험 중단이 전세계적인 핵실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올해 중반이후 재개될 것이라며 핵실험 장소로 노마야 젬랴섬을 꼽았다.
그린피스측도 지난해부터 노바야 젬랴지대의 핵오염 상태를 측정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러시아 해군당국의 저지로 실패했다.
아르항겔스 주민들은 실제로 핵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주민들의 대장 및 결장암 발생비율은 지난 20년동안 6배나 증가했으며 채소류와 순록이 방사능에 오염돼 식도암 발생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또 지난 64년부터 소련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무르만스크에서 백해 인근인 카라 및 바렌츠해로 약 7천여톤의 방사능 폐기물이 방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백해와 바렌츠해에 서식하던 물개가 몰사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이 지역은 소련의 북양함대가 관할하는 지역임을 감안할 때 핵잠수함에서 방류된 다량의 핵폐기물 때문에 물개가 떼죽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이 러시아와 해양환경보호를 포함한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최근들어 러시아내의 환경오염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기지를 둔 태평양함대의 활동영역인 동해지역이다. 극동지역에는 핵미사일과 핵탄두가 저장돼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캄차카반도의 키프츠크(핵미사일 및 핵탄두 저장소),소비예츠카야 가바니(전략폭격기기지),우수리스크(단거리 핵미사일기지) 등의 핵기지가 있다. 이들중 일부는 소련붕괴후 폐쇄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의 ITN이 보도한바와 같이 이 태평양함대가 동해와 오호츠크해에 낡은 원자로 등 핵관련 물질을 비밀리에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모스크바에서는 시외곽에 방사능 폐기물이 묻혀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방사능 측정기가 날개 돋친듯 팔리기도 했다.
구 소련당국이 아무런 결과 예측없이 버린 핵물질은 러시아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근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관련국들간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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