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1장당 비용 4백76원”/은행/“미·일등 비하면 부담적다” 주장도은행들이 10만원 수표를 발행할때 당장 50원씩의 수수료를 물리는 등 수표발행을 비롯한 일부 서비스에 대한 이용요금을 받기 시작하자 이같은 수수료 징수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이용 고객들은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은행이 무료로 확대해도 시원찮을 서비스에 대해 새삼스레 요금을 받으려 한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표발행에 대한 수수료 부과로 현찰수요가 급증해 은행마다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부작용이 나타나는가 하면 월급날에 10만원짜리 수표대신 1만원권 현찰이 들어있는 두툼한 월급봉투를 받아들곤 불평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또 수수료 징수사실을 모른채 은행에 갔다가 은행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자기앞수표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지 이틀째인 지난달 25,26일에는 6천9백억원의 현찰이 은행에서 빠져나갔다. 평소 하루에 현찰로 인출되는 돈이 2천5백억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40%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이 기간중에 7천9백억원의 현금을 은행에 긴급 방출,현금부족사태에 대비했다.
은행측은 수수료 징수외에 25일이 월급날인데다 2월28일,3월1일 연휴까지 겹쳐 현금수요가 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10만원권 수표사용이 수십년된 오랜 관행으로 충분한 사전 설명이나 제도적 보완없이 수수료 징수를 강행,예금주의 불편을 초래한 것은 자인하고 있지만 그래도 수수료 징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행측은 수표 한장 발행에 4백76원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용지값과 발행과 교환,보관까지는 드는 인건비를 포함한 것이다. 수표는 현행 법상 10년간 보관하게 돼있어 은행마다 별도 창고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측은 비용 전부를 이용자 부담으로는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원가의 10% 정도인 장당 50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도 문제가 되자 비용계산에 나섰는데 장당 발행비용만 2백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이 장당 5백엔(3천5백원 상당)씩,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수표책 발행수수료는 물론 예금잔고 확인에도 1달러 정도씩 요금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약과라는 주장도 있다.
은행측은 또 고액의 경우는 10만원권만 고집할게 아니라 원하는 금액을 한장에 끊어주는 비정액권을 사용하는게 유리하고 자기앞수표 대신 비용이 적게드는 당좌수표를 이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차제에 뇌물수수 수단으로 이용될 뿐더러 금융실명제 취지에도 어긋나는 자기앞수표제도를 폐지하고 고액권 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금리자유화와 개방시대를 맞아 선진국 은행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으로 변신해야 할지 아니면 수십년간 우리 머리속에 각인돼있는 공적 서비스기관으로서의 자세를 지켜야할지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