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임기중 권력이양 가능성/군 최고사령관 트리 장군 부상25년간 장기집권해온 수하르토 대통령(71)의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기 지도자는 누가 될 것인가.
1일부터 11일간 열리는 국민협의회의(MPR)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독자적 형태의 최고 입법기구인 MPR는 이번 회의에서 차기 정·부통령을 선출하고 향후 임기 5년의 국가정책의 근간을 채택할 예정이다.
MPR내의 여야를 불문하고 모든 정치세력들이 수하르토의 6차 연임을 이미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수하르토 자신도 이를 수락하고 있어 그의 연임은 기정사실이다. 그보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과연 누가 부통령에 오를 것인가이다.
장기 집권한 수하르토가 고령인데다가 그 자신 스스로 후계자 문제를 준비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선출되는 부통령은 수하르토를 잇는 명실상부한 차기 지도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통령보다 먼저 선출된 대통령이 부통령 선출에 대한 비토권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수하르토가 임기 5년을 채우지 않고 권력을 이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차기 부통령은 수하르토의 후계자 지명이나 마찬가지다.
한달전까지만해도 부통령후보로 당시 군최고사령관인 트리 수트리스모 장군,현 부통령 숫하르노,과학기술부장관 하비비에,환경부장관 에밀 살림,내무장관 루디니 등 서너명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러나 회의가 가까워 오면서 트리 수트리스모 장군이 급부상,부통령 취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군(아브리)이 최근 트리 장군을 부통령후보로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한데 이어 트리 장군(57)이 군최고사령관직을 육군 총사령관인 에디 숫라드자트 장군(54)에게 물려주고 퇴임했다. 이어 사실상 집권세력의 영향력 아래있는 야당인 회교정당인 연합발전당(PPP)과 인도네시아 민주당(PDI)도 트리 장군을 부통령후보로 지명했다.
모두 1천의석인 MPR는 과거 한국의 유정회 성격의 정치세력인 집권 골카드(GOLKAR)와 정부가 임명하는 각 지역 직능대표 6백37석에다 군이 지명하는 1백석,나머지는 야당인 PPP와 PDI 등으로 구성돼 있어 모든 결정은 집권세력에 의해 좌우된다. 트리 장군은 현재 의석의 3분의 1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트리 장군의 군최고사령관 퇴임,각 정당과 현 부통령 숫하르노 및 내무장관인 루디니 등 각 정치세력의 트리 장군지지 골카드 핵심 지도자들의 트리 장군 지지 등 최근의 정계동태를 분석하면 수하르토의 마음이 트리 장군으로 기울어진게 분명하다.
수하르토의 후계자 선정기준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시험하고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3월10일 대통령을 선출하고 회의 마지막날인 11일 부통령을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하르토가 공식적으로 부통령후보를 지명하지 않는한 마지막까지 부통령이 과연 누가 될지는 수하르토의 「마음」에 달려있는 셈이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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