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해소 시장개방 요구 일서 일축/「미압력」 공동대응도 시큰둥지난 26일 시작된 콜 독일 총리의 일본방문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정치 경제질서의 향방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콜 총리의 일본방문은 지난 18일 시작된 아시아 5개국 순방의 일환이다. 콜 총리는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순방의 공식목적은 경제적 비중이 증대되고 있는 이 지역국가들과의 경제관계 확대다.
콜 총리는 ▲EC 통합이 「유럽요새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며 ▲독일은 특히 중국시장과 연결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요시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콜 총리 순방에는 경제계 대표들의 대거 동행했다. 이들은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고,정부간 경제협력 확대에 구체적 합의를 하는 등 만족스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방문국인 일본과는 복잡한 정치 경제적 갈등요소들리 도사리고 있다. 이를 둘러싼 의견조정 향방은 국제질서 재편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국 차원을 넘어 냉전종식후 심화된 미일EC의 복합적인 이해충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양국간 공개된 갈등요소는 미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일본의 대독일 및 대EC 무역흑자 문제다. EC의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60%나 증가,3백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적자중 독일몫이 96억달러로 가장 많다.
콜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일본시장 개방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독일 언론들은 일본이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에 여온 의례적인 양보자세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콜 총리의 선언에 『일본시장은 열려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리고 『독일 기업들이 일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일본말부터 배우라』고 충고하는 등 전에 없이 고자세를 취했다.
독일 언론들은 이를 『EC를 겁내지 않는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일본은 독일이 통일비용부담과 동구난민 사태 등으로 흔들리는 등 EC 전체가 불황과 정체성 위기로 약화된 것으로 간주,EC에 양보하고 얻을게 없다고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콜 총리와 동행한 기업인들을 지난해 부시 미 대통령의 방일 때와 같은 「약자의 보디가드」로 조소한다는 얘기도 있다.
콜 총리는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일본과의 공동대응도 타진할 계획이지만,역시 일본측은 소극적이다. 「아시아의 독일」로 불렸던 일본은 이미 정신적으로도 미국과 더 가까우며 경제적 실리면에서 미국을 적으로 독일이나 EC와 손을 잡을 여지는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콜 총리가 제안할 첨단기술 및 환경보호 분야의 협력위원회 설치 등도 실질 효과없는 합의에 머물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서 콜 총리와 일본정부 수뇌들의 막후 실질논의는 경제분야보다 외교정치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성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우선 부각되고 있는 사안은 양국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획득문제다. 이 문제에 독일은 외형상 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영 불은 특히 독일 때문에,러시아 중국은 특히 일본때문에 안보리 개편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 독일의 판단이다. 때문에 요구를 자제한채 대세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콜 총리는 일본방문 직전 NHK와의 회견에서 『독일은 급하지 않으며,일본이 한층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지원하는듯 하지만,안보리 개편 자체의 시급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발언에 일본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콜,일본에 상임이사국 양보』라고 흥분했다. 이에 콜 총리는 일본측에 양국의 공동보조,특히 반대국 회유의 중요함을 일깨우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연관된 두번째 사안은 러시아 지원확대 문제다. 콜 총리는 국제정세 안정이나 안보리 재편에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도 일본의 지원확대가 긴요함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방 4도 반환을 전제조건으로 고집해온 일본은 『법과 정의에 따른 해결』을 권고한 뮌헨 G7 정상회담의 결의를 편한대로 해석,북방 4도의 무조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콜 총리는 NHK 회견에서 『이런 문제는 이성적 타협외에 해결책이 없다』고 이례적으로 일본측의 자세변화 즉,러시아 지원확대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시장 진출확대를 위해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콜 총리는 일본측에 공동보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일본이 미국의 선도없이 적극자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과 관련,독일 언론들은 『7년만에 방일한 콜 총리를 맞은 것은 차가운 인사뿐』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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