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부터 맑기” 정의사회 의지/검은돈 척결 “성역없는 수사”/정당한 부분배 이뤄야 실효문민시대를 연 김영삼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은 김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개혁」이란 한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처해있는 침체상태를 「한국병」으로 진단,개혁정책을 처방으로 하여 이를 치유하겠다는게 김 대통령의 통치이념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식에서 개혁의 세가지 당면과제중 첫번째로 「부정부패의 척결」을 꼽았고 새정부는 우선적으로 이와관련된 가시적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 대통령이 개혁의 성패를 부정부패의 척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한국병이나 그 대표적 증상인 부정부패를 군사정치 문화속에서 배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문민성」이란 새정부의 상징은 곧 부패구조의 청산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성역없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위로부터의 개혁」을 선언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정통성이 취약한 정부가 사회기득권층의 비호속에 정권유지가 가능했던데 비해 김영삼정부는 국민의 지지에 권력의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수술」을 착수할 자신감과 떳떳함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 근세정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부패구조의 척결에 관한한 지금이 드물게 맞는 호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방이후 기득권층의 변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굳어온 사회구조속에서 부정부패는 일상화·관행화될 정도로 도처에 만연돼 버렸다.
최근 대학입시 부정사건에서도 보여주듯이 사회일반에의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려해도 「돈」이나 「빽」이 없으면 입원실을 구하기 어렵고 심지어 차를 수선하려해도 별도의 「정성」을 표시해야 한다.
김 대통령은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청와대 직속에 부정방지위원회를 설치하며 공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추진하는 등 취임전부터 부정부패의 척결에 힘을 쏟아왔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은 사회경제적 부패 못지않게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부패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권력의 상층부에서부터 「정치자금이권」이 관계를 단절해 나간다면 국민으로부터 극도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권도 상당부분 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새정부가 추진하려는 「윗물맑기운동」 등 도덕적·정신개혁적 캠페인은 어느정도 실효는 거둘지 몰라도 결코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 관점에서 부정부패가 서식할 수 있는 「물적토대」를 없애는 일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새정부의 개혁팀 내부에서는 금융실명제 실시를 놓고 적지않은 견해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은 돈」이 존재하는 한 부정부패가 생겨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금융실명제는 부정부패 척결의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새정부의 최종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또한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엄벌성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경제적 이익의 수요·공급을 맞춰주는 것도 새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산재해있는 「부정한 이득」의 소지를 없애고 정상적 방법에 의해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만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지향하고 있는 「깨끗한 사회」의 앞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부정부패의 척결을 강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나마 사회·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소지가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대선에서 김 대통령을 지지했던 42%의 표가운데 적지않은 부분이 안정희구세력의 표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명분상으로는 부정부패척결이란 대세를 거역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는데 따른 기득권층의 불만은 계기만 주어질 경우 정치적·사회적 불안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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