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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10년 무상/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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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10년 무상/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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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권불십년.요사이 민자당 의원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민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얘기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조각발표이후 부쩍 『정말 정권이 바뀌었구나』라는 상념에 젖어드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의 총재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었고 그 결과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정권 재창출」이라기 보다는 「정권교체」의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황인성총리를 비롯한 6명의 민자당 현역의원이 입각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이나 내각인선에서 민정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는 없고 대부분이 「낯선사람」들로 채워졌다.

내로라하는 민정계 중진인사들의 건의도 그다지 반영된 것 같지 않고 김 대통령도 소위 「실세」들의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이쯤되면 소외감을 느낄만도 하게 됐다.

지난 81년 5공 출범과 더불어 생겨난 민정당은 그후 6공으로 넘어오면서 10여년동안 권력의 전면에서 「주역」을 맡아왔다. 비록 군사정권이라는 「온실」에서 태어났지만 3당 합당이후에도 민정계 인사들은 그들이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야당출신 인사를 대통령후보로 추대할 때만 해도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특히 3공에서부터 6공까지 권력의 핵심부를 형성했던 대구·경북출신의 이른바 TK세의 감회는 유별난 것 같다. 김 대통령의 인선에서 정통 TK인맥이 철저히 배제된 것에 불안감마저 느낀다는 얘기도 들린다. 3당 통합을 두고 그 옛날 신라가 가야의 엘리트를 받아들여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 일을 들어가며 「양자론」을 들먹이던 사람도 이제 할말이 없어진 셈이다.

이렇듯 기죽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정계 인사들은 겉으로는 『지금 계파가 어디 있느냐』며 태연해하지만 속으로는 조만간 있을 당직개편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당은 다수인 민정계가 맡아야 한다』 『사무총장은 민정계가 해야 한다』고들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소외감을 느끼는데 이해는 가지만 어딘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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