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의 주인이 바뀐다.25일 0시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김영삼 새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인 24일 취임과 새 정부 요직인선,이사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낸뒤 상도동자택에서,노태우대통령은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지냈다.
◎김영삼 새 대통령/환송모임등 “설렌 하루”/책·운동복 이삿짐 트럭 1대뿐
김영삼 새 대통령은 취임식을 하루앞둔 24일 청와대 입성을 준비하느라 바쁘면서도 설레이는 하루를 보냈다.
김 새 대통령은 이날 상도동을 떠나는 한 시민으로서 동네 주민들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는가 하면 새 정부를 이끌어갈 각료의 막바지 인선에도 골몰했다.
김 새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도 평소때와 같이 주민 1백여명과 함께 인근 「야호산」에서 4㎞가량 조깅을 했다.
김 새 대통령은 조깅을 마친뒤 「민주조기회」가 마련한 환송모임에 참석,케이크를 자르고 준비한 다과를 함께 들면서 지난 20여년 이상 조깅을 같이해온 주민들에게 사의를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 김종운씨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큰 정치가 온나라에 넘쳐 세계로 퍼져나가길 기원한다』고 송사를 했다.
이에 김 새 대통령은 『5년간 떠나 있을동안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잘되길 바란다』며 『시간이 나는대로 여기와서 함께뛰는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김 새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자택경비를 위해 수고를 한 김종언 노량진경찰서장과 윤두영 동작구청장 한선호 상도 1 동장 등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노고를 치하했다.
김 새 대통령은 이들과 녹차를 함께 마시며 『그동안 이 지역에 불편을 많이 주었다』고 말하며 과거 연금시절 등을 회고했다.
김 새 대통령은 상오 9시께 자택을 나선뒤에는 평소와 달리 여의도당사에 출근하지않고 조각인선과 관련된 인사를 만나거나 새 정부 「통치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새 대통령은 이날 저녁 자택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뒤 상도동에서의 아쉬운 밤을 보냈다.
○…김 새 대통령 가족들도 취임식 참석과 청와대입주를 위해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부인 손명순여사는 이날 상오 인근 동사무소·노인정·상점 등을 찾아다니며 동네주민들에게 감사인사를 한뒤 하오에는 내내 자택에 머물며 청와대로 갖고갈 짐을 꾸리는 등 이사준비를 했다.
부친 김홍조옹은 이날 하오 항공기편으로 상경했으며 미국에 있던 큰아들 은철씨와 딸 혜경 혜숙씨도 며칠전 입국해있는 상태이다.
또 김 새 대통령의 비서실도 청와대 업무인수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박관용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날 공식일전을 삼간채 청와대 비서실 하위직 인선문제 등을 처리했다.
각 수석비서관 내정자들도 사실상 청와대 합동근무에 들어가 취임당일부터 정상근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김 새 대통령의 짐이라고는 여행용가방 7개,책을 넣은 박스 7개 및 액자 몇개 정도이다.
김 새 대통령이 평소 쓰던 물건만을 청와대에 가져가라고 특별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여행용가방에는 김 새 대통령의 운동복과 조깅화,등산복과 등산화가 챙겨졌고 평소 즐겨하는 서예를 위해 지·필·연·묵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김 새 대통령의 양복과 평상복은 계절별로 2∼3벌씩만 챙겼다.
책으로는 김 새 대통령이 존경하는 존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전기와 앤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신년 연휴때 읽었던 제왕학의 고전 「정관정요」 등 3백∼4백여권에 이른다.
액자들은 김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옮기라고 특별당부한 부친 김홍조옹과 작고한 어머니 박부연여사의 사진,김 새대통령 내외와 아들 딸·부부 및 손자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거제군 장목면 고향마을의 전경을 그린 그림 등이다. 부인인 손명순여사의 짐도 약간의 옷과 다기세트·화장품 등 간소하게 꾸려졌다. 이밖에도 김 새 대통령 내외가 평소 쓰던 스테인리스 수저와 반상기도 함께 넣어졌다.
김 새 대통령은 이삿짐이외에 조깅회원을 비롯한 동네주민,재야인사 및 동창생 등의 전화번호 7백여개가 적힌 대학노트를 특별히 가져간다. 이 노트는 김 새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김 새 대통령의 상도동 이삿짐은 25일 상오 9시께 1.5톤 트럭 1대로 옮길 예정이다.
김 새 대통령의 청와대행에는 상도동의 오랜 「식구」였던 사람들도 함께 가게된다. 상도동을 지켰던 김상봉·김순재비서,시래기국을 잘끓여 유명한 전씨 할머니와 20여년간 김 새 대통령의 승용차를 운전해온 이충일씨 등이다.
김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게되면 상도동 사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은철씨가 맡아 관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은철씨는 상도동에 상주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왕래할 것으로 알려졌다.<김광덕·이동국기자>김광덕·이동국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마지막 국무회의 주재/국립묘지참배 공식일정 마쳐
노태우대통령은 24일 상오 청와대에서 6공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뒤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국가원수로서의 모든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상오 10시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임기말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국정현안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정부이양작업과 새 대통령 취임준비도 순조롭게 진행시켜주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현승종 국무총리이하 전국무위원들의 노고를 다시한번 치하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든 그 동안의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국정추진에 적극 협조하고 조언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후 전국무위원들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
노 대통령은 이어 부인 김옥숙여사,청와대 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쌀쌀한 날씨속에 상오 11시15분께 국립묘지에 도착한 노 대통령 내외는 곧바로 현충탑에서 군악대의 진혼곡 연주속에 헌화 분향한뒤 묵념.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제 13대 대통령 노태우」로 서명한뒤 고 이승만·박정희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는데 박 대통령 묘역에서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본관에서 수석비서관들과 고별오찬을 한뒤 하오에는 비서실과 경호실을 돌아보고 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노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마지막으로 집무실을 둘러보기 위해 떠나는 순간 비서관들은 박수로 환송했고 노 대통령은 손을 들어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본관 집무실에서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5년전 전두환 전 대통령퇴임때는 이임환송만찬이 새 대통령 취임 전날인 24일밤에 있었으나 노 대통령 공식환송만찬을 하루앞당겨 23일밤에 열렸었다.
이에따라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가족 및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관저에서 저녁식사를 한뒤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맞았다.
이삿짐도 이미 지난 21일까지 부인 김 여사의 지휘아래 연희동사저로 다 옮겨진 상태여서 이날밤 청와대는 다소 스산한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은 25일 상오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된 김영삼대통령을 맞아 간단한 인계·인수절차를 마친뒤 청와대를 떠나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전 전 대통령 퇴임때는 취임식 참석후 청와대로 다시 돌아와 새 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사저로 떠났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노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연희동사저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편 현 청와대 비서관들은 「자리」가 날때까지 청와대로 계속 「출근」하게 된다.
정무직인 수석비서관들이야 후임자가 정해졌으니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비서관들은 계속 공무원신분이기 때문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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