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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넘어선 불만 목소리/혼미거듭 러시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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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넘어선 불만 목소리/혼미거듭 러시아정국

입력
199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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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개혁시위등 보수파 반발 절정/옐친 대의회 안정호소 반응냉담/일부선 친위쿠데타등 성급한 추측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보수세력의 대규모 장외공세로 급격히 정국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보혁충돌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붉은군대의 날」인 23일 모스크바를 진동시킨 대규모의 반 옐친 가두시위는 보수세력이 현 정부를 보는 시각을 짐작하게 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수만명의 시위자들은 옐친 대통령의 퇴진과 군부의 무상봉기를 촉구했으며 일부에서는 시민불복종 운동과 구국정부 구성을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반 정부시위를 벌였다.

특히 시위에 참가한 군중들은 대부분 강경보수주의자들과 퇴역군인,연금생활자 등 그동안 러시아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의 최대피해자들이어서 이들의 불만은 이미 「통제」의 범위를 넘어서 옐친 대통령의 불안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 91년 구 소련 붕괴이전까지 소련군 창군기념일로 불렸던 「조국수호자들의 날」을 맞아 군 최고통수권자가 무명용사묘에 헌화하는 관례를 깨고 크렘린궁에서 거행된 헌화식에 불참하는 등 최근 의회와의 갈등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옐친은 또 이례적으로 지난 22일 「크라스나야 즈베즈다」(적성)지와의 회견에서 군을 정치적 투쟁에 끌어들이려는 불순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평화를 유지하고 러시아 영토내의 지역갈등의 확대를 맡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군은 사회안정을 보장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자신의 개혁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옐친의 이같은 주장은 그의 퇴진을 외치는 시위자들의 성난 목소리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옐친은 최근 정부와 의회가 정치 투쟁을 종식하고 민생안정에 주력하자고 역설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또 최대 정치쟁점인 신헌법 제정을 위해 최근 정부와 의회 대표들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도 양측의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같은 정국상황과 관련,모스크바에서는 「친위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고위관리가 옐친이 임기(96년)를 제대로 마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옐친의 위상은 극도로 약화된 느낌이다.

일부 외교가에서는 옐친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처럼 과도기의 인물로 끝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도 나돌고 있다. 특히 옐친 대통령과 코지레프 외무장관 등 소위 「친미파」가 퇴진하고 아르카디 볼스키 산업동맹의장 등이 이끄는 「시민동맹」의 「친독파」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옐친 주변의 일부 개혁파들은 의회를 해산시키는 등 강경조치를 통해 난국을 타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보수파는 이에 맞서 시민불복종운동 등을 전개할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이와 함께 군부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민들 대부분은 최근 몇개월동안 정부와 의회간의 권력다툼에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으며 오는 4월에 실시될 가능성이 있는 국민투표에 반대 또는 불참의사를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정국의 추이가 어느방향으로 흐를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경제난 등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때 「파국」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정부와 의회간의 대화를 통한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타협이 없는 한 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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