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지역감정 서서히 탈피/대북한 군사력엔 자신감 회복오는 28일 서울을 떠나는 로널드 그레그 주한 미 대사는 3년4개월 남짓한 그의 서울 체류기간이 광주,반미,남북대화,북방정책 등으로 특징지어진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레그 대사는 23일 현재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하고 『나의 후임자는 나처럼 정치나 외교문제를 떠나 경제적인 이슈에 치중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재임중 한국의 정치발전에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는 그레그 대사는 앞으로도 뉴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를 증진시키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간추린 일문일답.
북한이 끝내 핵사찰을 거부하는 경우 한국 미국 등이 취할 조치는.
▲평양측이 영변 일원의 몇개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핵사찰여부를 끝까지 거부할지의 여부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의혹을 해소하는 경우 경협이나 고위급 접촉 등에서 새로운 조치가 따를 수 있음을 분명히 해놓고 있다. 나는 북한 핵을 다루는데 어떤 급작스런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측에 대한 일반적인 압력을 넣어가며 인내심을 발휘하는게 필요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최근 남북대화를 중재할 의사를 표명한바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카터 전 대통령이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재가를 얻어 8월 이전에 북한을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들었다. 지금은 팀스피리트훈련에다 한미 양국의 정권교체기라서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가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게 내 견해다.
한국의 민주화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은 「참여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선거때도 82%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내가 보기에 한국민은 지역감정을 서서히 탈피하고 정책중심의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군부의 정치개입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 한국민은 정치제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군사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이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반미감정이라기보다 반외국인 감정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한국은 예부터 끊임없는 외국의 침략에 시달려온 나라다.
그래서 한국민의 의식저변에는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는 한국민이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점차 사그러드는 추세다. 주한 미 공보처가 매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인의 인기는 지난 2년동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정부가 올봄 한국을 지적소유권 협상의 우선 대상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다.
▲한미간 통상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향후 2∼3개월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기간에 클린턴 행정부의 대한정책이 뼈대를 갖추기 때문이다. 나는 김영삼 차기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이나(외국기업에 대한 인·허가상의) 관료주의 타파 등 일괄적인 조치를 취해 미국에서의 반덤핑공세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주한 미 대사로 있으면서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아주 힘들다」는 미국 기업인들의 불평을 많이 들었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도 쌀시장 개방불가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데.
▲쌀수입 개방여부는 전적으로 김 차기 대통령과 한국민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세계가 날이 갈수록 상호의존적인 자유무역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 한국정부도 새로운 농업정책을 실시하면 어떨까 한다. 「식량자급」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리지 말고 농업인구의 감소나 농민의 고령화 등 인구학적인 측면을 염두에 둔 새로운 농정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단히 유능한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잘해 나갈 것으로 본다.
김대중씨의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김씨가 지난 대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데 대해 대선 다음날 격려의 전문을 보내 그를 위로했다. 참으로 우아한 행동이었다.
소위 「김대중 납치사건」때 그를 구해준 사람이 귀하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보다는 당시 주한 미 대사였던 고 필립 하비브씨(지난 5월 작고)의 힘이 컸다. 나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납치사실을 알고 하비브씨 등과 함께 「절대로 김씨를 죽이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만들어 한국정부에 전달했었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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