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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의 졸업장/총장이름없이 직인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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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의 졸업장/총장이름없이 직인만(등대)

입력
199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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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졸업생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조무성총장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기뻐야 할 이 자리에서 광운의 역사에 오명을 남긴 사건을 들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문을 나서는 여러분들이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23일 상오 11시 광운대 졸업식이 거행된 교내 노천극장. 졸업식 3일전 총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심재홍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축사를 읽어나가는 동안 식장은 썰렁했다.

식순에는 엄연히 총장명의의 학사장 수여,총장기념사가 들어있었으나 직무대행이 대신했고 이사장이 건강사유 이유로 불참,「이사장 격려사」도 빠져 버렸다.

1천1백59명과 상장 상패에도 「광운대 총장」이라고만 직인이 찍혀있을뿐 총장이름은 없었다. 이 「불구의 졸업장」은 입시부정사건의 「부끄러운 유물」로 영원히 남게 됐다.

물론 조하희 전 교무처장 등 구속중이거나 수배중인 24명의 학교 관계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1백20명의 교수 대부분이 식장에 참여했으나 학생들은 겨우 1백여명이 자리를 지켰을 뿐 나머지는 가족 친구들과 기념사진찍기에 바빴다. 일부 학과에서는 2∼3명씩만이 자리를 지켰다.

28일 입대한다는 임모씨(24·환경공학)는 『스승도 없는 마당에 졸업식을 맞게돼 착잡하기 그지없다』며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이 학교명예를 실추시킨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명희양(24·건축공학)은 『교수들이 다시 평범한 학생들의 귀감이 됐으면 한다』면서도 『유독 광운대가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즐거워야할 졸업식,가르쳐주신 은사님이 자리를 빛내줘야할 광운대 졸업식장은 차가운 날씨로 더욱 썰렁한 분위기였다. 졸업장을 쥐고 교문을 나서던 이원영씨(24·전기공학)는 『광운대에 대한 나쁜 인식이 쉽게 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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