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실업증가에 지지율 급락/EC선 미 역공우려 “8일 표결 강행”피에르 베레고부아 프랑스 총리가 미EC간 농산물협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은 클린턴 정부 출범이래 난맥상을 보여온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의 장래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22일 미EC간 농산물협정에 대한 거부의사와 함께 『UR협상은 이미 합의된 사항을 포함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그동안의 협상성과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 UR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을 명백히 정리했다.
이같은 농업부문의 협상와해 조짐과 함께 미국과 EC측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공공 조달시장 상호 개방문제를 놓고서도 정면 충돌함으로써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전쟁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UR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던 미EC 농산물협정이 타결됐을 때부터 반대의사를 표시해왔다. 경제활동인구의 6%가 농민이고 농산물이 전체 수출량의 15%를 차지하는 역내 최대 농업국인 프랑스로서는 유지작물 생산감축과 대미 수출농산품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타협안의 수용은 최대의 피해를 자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사회당 정권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유럽 최고의 실업률(10.5%) 등 경제난과 함께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대규모 농민시위를 겪으면서 총선을 앞두고 급격히 민심을 잃고 있다. 최근 피가로지의 설물조사 결과 사회당의 지지율은 12%에 불과해 40%를 차지한 보수대연합(UPF)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총선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사회당정권이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UR라는 장기적 비전을 잠정적으로 유보한 셈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미국과의 합의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천명한 것이 곧바로 UR 전체의 파국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이날 EC측에 내달 8일로 예정된 EC 외무장관 회담에서 유지종자를 포함한 협정안 인준문제를 논의대상에서 아예 제외해달라고 촉구했고 EC측은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미EC 농산물협정을 인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프랑스의 거부권행사 방침 표명은 여론과 농민의 대정부 비난이 초래할 혼란과 임박한 선거를 비켜가기 위한 시간벌기전략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관측은 거부권 행사방침이 프랑스가 UR의 파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로인해 프랑스가 이끌어온 EC 통합이라는 보다 중요한 목표를 희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EC측은 프랑스 총선을 넘길 때까지 협상타결을 미룰 수가 없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르네 스타이헨 EC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내달 8일의 EC 외무장관 회담에서 협정안을 표결에 부쳐야 할 것』이라며 프랑스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외면하고 있다.
스타이헨 위원은 『EC측이 내부문제로 협상안의 인준을 미룰 경우 미국측이 곧바로 철회 움직임을 보일지 모른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미국측의 역공을 우려했다.
최근 EC산 철강덤핑 예비판정 등 클린턴 정부 출범이래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의 무역공세는 스타이헨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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