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6공 5년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23일의 마지막 고별회견에서 스스로 자평한 것처럼 후한 점수를 받을까. 아니면 야당의 주장처럼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할 정도로 잘못을 많이 저질렀을까.하루만 지나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노 대통령시대를 두고 현 시점에서 정확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당한 시일이 지난뒤라야 역사와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퇴임에 즈음해서 지난 5년간의 치적에 대해 나름대로 결산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국정의 각 분야에 따라,또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른게 사실이다.
그가 집권했던 기간은 권위주의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시대로 이행되는 과도기이자 격동기였음을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강권통치에 억눌렀던 울분들이 일시에 분출되는 혼란의 시기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의 자율과 자유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하는 민주화시대에서 권위주의시대의 대통령처럼 강권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는 변명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다 강력한 결의와 의지를 보여주었더라면 적극적인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로 국민의 뇌리에 남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어찌할 수 없다.
취임초기의 4당체제를 3당 합당에 의해 양당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야기된 민자당의 극심한 내분,중간평가 실시거부와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조치,실명제실시 공약의 파기 등은 여당의 계속 집권을 위한 전략면에서는 평가받을지 모르지만 국가발전을 위해서 잘한 일이냐는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러나 와중에서도 전체적으로 보아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화가 몰라보게 진전되는 성과를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당적을 이탈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면서까지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러 오늘날의 뜻깊은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게 한 공적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교면에서는 정말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다. 냉전체제가 무너지는 해빙의 물결덕분이라고는 해도 중국,러시아,동구 여러나라 등 과거의 적성국들과 우호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그의 업적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까지 하고 화해각서까지 교환하는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한국의 북방외교가 당초 목적한대로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폐쇄고립으로 몰아 핵카드까지 들고 나오게 했다는 부작용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유독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노 대통령의 재임시에 경제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고별회견에서는 국민 총생산이 두배로 뛰어 세계 19위에서 15위로 올랐고 무역규모도 13위로 올랐으며 자가용차도 5배 이상 늘었음을 자랑했지만 국민들은 그보다 피부에 와닿는 찬바람에 더 고통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짧은기간동안 경제팀을 네번씩이나 바꾸면서 성장개혁안정 등으로 왔다갔다한 정책기조의 잦은 변화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보통사람의 민주시민으로 돌아간다고 홀가분한 표정이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경륜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언제든지 국가발전을 위해 서슴없이 충고와 조언을 정부와 국민에게 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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