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대폭 삭감 지원병제 도입/문민화 추진 일부 장성 반발도23일은 구 소련의 최대 기념일중 하나인 「군인의 날」. 이날을 맞이하는 「붉은 군대」는 세계 최강이라던 자부심을 잃은채 개혁의 와중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이날을 「조국을 수호하는 사람들의 날」로 변경시키면서까지 군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과거 공산당시절 붉은 군대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현재는 단지 국방의 임무만을 수행하도록 요청받고 있으며 막대한 예산도 냉전시대가 종식돼 대폭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군장성의 숫자는 지난 87년의 3천8백15명에서 현재는 2천2백18명으로 크게 줄었다.
장성 1명당 장교와 사병의 할당비율도 과거 장교 3백12명에 사병 1천2백62명이었으나 현재는 장교 1백69명에 사병 5백30명으로 축소됐다.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은 최근 「아구멘티 이 팍티」(논거와 사실)지와의 회견에서 『장성의 숫자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며 오는 95년 이후에는 국방장관도 민간인이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간인 국방장관은 병력이동 등 일부 군사분야를 제외한 정치·군사적 문제,군사비,무기판매 등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국방장관 추진계획과 함께 의무제였던 군복무 역시 지원병제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12월 이미 지원병제도가 도입됐으며 앞으로 2000년까지 현재 사병중 절반을 지원병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군의 총병력도 현재 2백80만명에서 1백50만명으로 감축하며 매년 약 4만∼5만명의 장교를 퇴역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 골치를 앓고 있으며 지원병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나 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한해동안 병역을 기피하는 숫자는 약 4만5천명 이상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원병에게 약 4천4백60루블의 월급(의무병 월급의 30배)을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키로 했으나 올 병력충원에 필요한 인원이 확보될지는 미지수이다.
이와함께 현재 가장 불만이 심한 초급 장교들의 대우도 대폭 개선키로하고 오는 5월부터 정근수당은 6배,계급수당은 12배 인상키로 했다.
하지만 오는 96년 외국에서의 철수가 완료되던 무주택 초급장교의 숫자는 약 40만명으로 늘어나 주택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일부 장성들은 군의 문민화에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은 전혀 애국심이 없는데다 군대의 대우마저 열악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붉은 군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현 정부가 과연 개혁의 진통기에 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여부도 의문시되고 있다.
여하튼 러시아에서 군의 역할이 아직까지는 중대한 만큼 군의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향후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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