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황인성 민자당 정책위 의장,감사원장에 이회창대법관을 내정함으로써 청와대 비서진 구성에 이어 새 정부 고위직에 대한 두번째 인사를 선보였다. 김 차기 대통령측은 황씨를 총리로 발탁한 것은 「시급한 경제회복」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으나 그와함께 국가적 화합차원의 지역적 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우선 황 총리 내정자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지역·계층간의 갈등해소에 노력하겠다』고 한 포부에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성과를 기대하고자 한다.인사,특히 정부 고위직 인사에 있어서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인사에 있어서도 비판적인 견해는 있게 마련이다. 황 총리 내정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기용을 환영하는 측은 군예편후 도지사와 두차례의 장관,국회의원 3선 등을 지내 풍부한 행정 및 정치경험을 쌓은데다 14대 총선때 호남지역에서 유이하게 당선된 민자당 의원중의 하나이며,특히 원만한 인품을 지녔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하는 측은 유신이래 역대 정권에서 지역배려에 따라 편안한 요직을 두루 거쳤고,호남의 정서를 대표하는 인사라고 볼 수 없으며,더욱이 참신성,개혁성,창의성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김영삼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은 새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닥에 떨어진 경제를 되살리고 오랫동안 나태와 타성에 빠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변화와 발전을 두려워하고 저해하는 각 분야를 대대적으로 혁파해야 하며,나라 전체를 좀먹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병의 치유를 통한 활기있는 신한국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정부와 국민이 힙을 합쳐 이룩해야 할 과제이지만,특히 실천의 견인책임을 맡을 황 총리 내정자를 비롯,앞으로 임명될 새 정부팀의 노력에 그 성패의 많은 부분이 달려있는 것이다.
차제에 황 내정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김 차기 대통령의 국정개혁 과제에 대한 각계의 집요한 로비와 저항·반론에 흔들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또한 신한국을 건설하는데는 고위 공직자부터 검소하고 정직한 자세를 수범하는 선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새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야당까지 높이 평가하고 있어 다소 이색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씨의 강직하고 소신있는 법관으로서의 전력 때문이겠지만 새 감사원에 대한 기대의 표명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제까지의 감사원은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많았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라고 할 것이다. 정부 경영과 관련된 모든 부정부패를 감시·방지하고 척결해야 할 국가최고의 사정기관이면서도 한번도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제 구실,즉 신속하고 단호한 사정활동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이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동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되는 얘기다. 앞으로의 감사원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원장 지휘아래 모든 감사관들이 팔을 걷고 부정방지와 척결에 나선다면 공직사회에서는 멀지 않아 신풍이 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원장 내정자의 단호하고 엄정한 사정의지에 기대를 건다.
총리직이든 감사원장이든 모든 공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사심없고 성실한 노력과 신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경제를 살려 밝고 깨끗한 신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총리와 감사원장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권한과 폭넓은 재량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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