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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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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성했던 하마평끝에 결국 황인성씨가 김영삼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생각나는 것은 수일후 물러날 현승종 현 국무총리와 그 내각이다. 작년 10월초 탄생한 현승종 내각은 중립선거관리 내각이란 딱지가 붙은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국정을 맡게될 시한부 내각이기도 했다. ◆현 총리는 46년간이나 변함없이 지키던 교단을 떠나 5개월동안 중립내각을 별탈없이 이끌어온 셈이다. 선거관리도 비교적 엄격하게 했고 뒤처리도 비교적 공정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그는 총리가 되기전 총장으로 있던 한림대학교로 다시 돌아간다니 자신의 신상처리 역시 산뜻한 느낌을 준다. ◆우리의 짧지 않은 헌정사에서는 국가가 필요로 할때 정부에 들어와서 성실하게 봉사하고 맡겨진 소명을 다하고 난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을 보기가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현 총리의 깨끗한 마무리는 그의 명예퇴진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48년 정부수립이래 현 총리를 합쳐 32대 29명의 총리가 거쳐갔지만 명예스럽게 물러간 재상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총리들은 그때 그때 정치상황의 희생양이 되어 물러가야 했던 것이다. 대통령 책임제의 권력구조에서 총리는 언제나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고 물러가는 자리로만 통했기 때문이다. ◆25일부터 출범하는 김영삼 정부에서도 「들어오라면 무조건 들어가고 나가라면 아무말 없이 나가버리는」 관례가 계속될까. 이 물음에 대해 「노」라고 대답할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자기를 벼슬자리에 앉힌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가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저지를 때에는 자기 발로 서슴없이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소신있는 총리나 장관이 나올 때 우리는 진정한 문민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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