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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루시디 처형령 4년/영국­이란 갈등심화(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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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루시디 처형령 4년/영국­이란 갈등심화(특파원리포트)

입력
199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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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잇단 철회교섭 실패로 끝나/이란선 “꼭 살해”… 외교마찰 빚어「악마의 시」라는 책에서 회교도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의 전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살만 루시디에 대한 처형명령을 내린지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란이 다시 루시디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루시디 자신은 물론 영국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측과 다각도로 접촉을 가져왔으나 오히려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함에 따라 양국간에 외교적 갈등마저 빚고 있다.

호메이니의 뒤를 이은 이란의 종교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루시디 처형령 선포 4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루시디에 대한 처형령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며 이는 모든 회교도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하메네이가 매우 격렬한 어조로 루시디 처형령을 환기시킴으로써 호메이니가 죽은뒤 막후 접촉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해온 루시디나 영국정부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또 영국내 회교 지도자인 칼림 시디키 박사도 이날 『루시디의 뼈를 산산이 부숴버리겠다』는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루시디의 신변을 위협했다.

그동안 온건 회교 지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화해를 모색해왔던 루시디도 이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최근 들어서는 이같은 위협에 대담하게 맞서고 있다. 살해위협 때문에 도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2월초 영국 외무부청사를 방문,외무차관과 면담하는 등 공개적인 행보를 계속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애써 언급을 회피한채 막후협상에 치중해왔던 영국정부도 최근부터는 입장을 바꿔 이란의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루시디를 초청한 것도 그에 대한 압력이 철회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그동안의 조용한 외교가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메네이의 발언이 있은 뒤에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해 『이는 매우 중요한 인권문제』라며 이같은 위협이 계속된다면 양국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정부 역시 루시디에 대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그동안의 접촉에서 『처형령은 호메이니가 내린 것으로 그가 작고한 만큼 이를 다른 사람이 철회할 수는 없다』면서 이란 정부가 이를 굳이 행동에 옮길 의사는 없음을 시사해왔다. 하지만 루시디가 대중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미국까지 건너가 이란에 대한 압력을 촉구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로 나오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서방이 루시디 문제를 이란과의 외교관계에 연결시키지 말 것을 촉구하는가 하면 관영 IRNA 통신도 영국관리와 루시디가 계속 접촉한다면 양국관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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