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을 훌륭한 대통령 되십시오”/석별의 정 나누며 “5년후 재회”/“마음은 항상 여러분 곁에” 화답「야당의 강인한 지도자에서 문민시대의 개척자」로. 떠나 보내는 마음과 떠나야 하는 마음이 한자리에 어울린 상도동 사람들의 마을축제는 이별의 소연이 아닌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지난 29년동안 김영삼 차기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상도동 사람들에게 청와대 입주는 그의 40여년간 소망이었던 문민시대의 개막임이 확실했고 그래서 이날의 상도동 축제는 석별의 정보다 기쁨과 환희로 충만했다.
『문민시대를 「학실히」 열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십시오』라는 송사나 『혼신을 다해 봉사하고 돌아오겠습니다』는 답사도 따라서 극적인 느낌을 더해줬다.
18일 하오 6시 김 차기 대통령이 29년간 살아오면서 「문민 대통령」의 꿈을 키워오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룬 서울 동작구 상도1동 동네에서는 「오랜이웃」을 청와대로 떠나 보내는 송별연이 열렸다.
지난 64년 김 차기 대통령이 이사온 이래 국민들 사이에 「상도동」으로 지칭돼온 한적한 이곳 주택가는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었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곳에서 유신과 5공의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불의에 대한 항거의 증좌로 단식하고 숱한 연금에 울분을 터뜨렸다.
상도동 주민들은 김 차기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속에 각인해 두었고 그가 야당의 투사에서 집권당의 지도자로,마침내는 숱한 난관을 뚫고 「문민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아왔다. 주민들은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문민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때문에 김 차기 대통령 내외도 2백여명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잔치가 어떤 공식행사보다 더 큰 무게감을 주는듯 각별한 표정으로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자기 집을 송별연 장소로 제공한 이윤미씨(사업)는 주민들을 대표해 김 차기 대통령에게 기념품과 기념패를 증정한뒤 『길고 어두었던 군정시대에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김 차기 대통령을 우리 상도동 이웃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비록 5년간 우리 동네를 떠나 계시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석별의 정을 표했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에 『민주화투쟁시절 저 때문에 동네출입마저 제대로 못하면서도 아무런 불평없이 대해 주신데 대해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라고 어려웠던 때를 회고한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차기 대통령은 특히 21년전 이웃에 이사와 살아온 이규희양(22·동덕여대)으로부터 이양이 국민학생 때부터 자신과 교환해온 편지를 책으로 엮은 「꼬마동지 대장동지」를 전달받고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씨집 안방에서 동네 환경미화원 우편집배원 등 이웃 10여명과 설렁탕으로 저녁을 든 김 차기 대통령은 예정된 한시간을 넘겨가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비서관의 재촉을 모른체하던 김 차기 대통령은 하오 7시20분께 『새벽마다 야호산(김 차기 대통령이 「야호」라고 외쳤다해서 생긴 이름)에서 함께 뛰던 여러 이웃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항상 여러분과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겠습니다』는 말을 끝으로 아쉬움속에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뒤로 했다.<권대익기자>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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