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고립탈피 최후카드로 아끼기/미등 강경… 얼마나 버틸지 관심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저지하기 위한 북한의 외교공세가 가속되고 있다.
영변주변의 2개 핵관련시설 사찰거부에 따른 IAEA와 국제사회의 강경한 압력에 직면한 북한은 유럽각국 주재 외교관들을 총동원해 특별사찰 불응방침을 되풀이하는 한편 최학근 원자력 공업부장을 빈에 급파할 계획이다. 내달로 예정된 김정일의 중국 방문목적도 핵사찰 논의를 위한 것이라는 일본신문의 보도도 있다.
이와함께 한민철 오스트리아주재 북한대사를 부임 3개월만에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김일성 사위인 김광섭을 임명,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과 회동을 직접 지시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북한측 대응은 물론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IAEA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핵사찰 수용압력을 완화해 보려는 몸부림이다.
지난해 1월 IAEA와 핵안전 협정을 체결한뒤 그간 6차례의 IAEA의 임시사찰을 협조적으로 받아왔던 북한은 그러나 이번 특별사찰 요구에 대해서는 시종 강경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손성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는 15일 『IAEA가 북한의 특별사찰을 고집할 경우 북한은 IAEA와 맺은 핵사찰협정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블릭스 IAEA 사무총장과 15일 회동을 가진 김광섭대사도 『IAEA가 지목한 문제의 연변 핵시설은 단순한 군사시설에 불과하다』는 당초 북한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IAEA 특별사찰에 대해 북한이 이처럼 고강도의 맞대응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수있다. 첫째 대내적으로 북한은 팀스피리트 한미 군사훈련 재개와 더불어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핵포기압력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짐짓 강경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프랑스의 르몽르지가 16일 지적한대로 국제무대에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대미관계를 비롯한 서방측과의 관계개선 카드로 「핵」을 이용하려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동구 등 전통 우방국과의 관계악화로 북한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무역대금의 경화결제와 함께 40억달러로 추정되는 채무의 조속한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최대 원유 공급국인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난을 이유로 석유공급마저 끊어버려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있다.
또 르몽드지의 지적처럼 북한이 지난해 10월 러시아 핵 전문가들을 월 4천달러의 보수로 유치하려다가 러시아 정부의 출국금지 조치로 실패한이후 북한·러시아간의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중수교로 인한 중국의 한국중시 외교도 북한의 좌절감을 더욱 깊게하고 있다. 한국이 앞선 경제력을 내세워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북한은 외교적 발판을 상실한 셈이다. 여기에다 동남아의 교두보였던 베트남이 지난해 12월 한국과 수교하자 북한은 최근 하노이 주재대사를 긴급 소환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일본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도 여의치 않게 되자 북한은 IAEA의 핵사찰요구 수락을 대가로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핵카드」를 쓰고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판단은 서방측에서 볼때 커다란 오산에 불과하다.
특히 구 소련 붕괴이후 제3세계권으로의 핵확산 방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의혹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소해야 한다는 결연한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핵문제가 상정될때까지 버틸지는 의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핵포기 압력이 이번 IAEA 정기 이사회를 통해 강공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 행정부도 핵문제에 관한한 강경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때문에 북한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클린턴 정부는 「힘의 논리」를 내세운 전임 공화당 정권과는 외교적 스타일은 다르지만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부시정권의 강공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최대한 시간을 끌며 자신들이 줄곧 주장해온 팀스피리트 군사작전의 「부당성」을 극대화 시키는 외교공세를 취하다가 팀스피리트 훈련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IAEA측과의 타협안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