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면 김영삼씨가 한국의 새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그 때에 즈음해 한국 최초의 문민대통령인 김씨의 사진이 중앙행정부와 각급 지방관서에 내걸리게 될 것이다. 사실 김씨의 사진과 붓글씨 액자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의 개인 아파트나 한국관련 사무실에도 여러해동안 걸려있던 걸로 안다. 이들 액자는 김씨의 동료나 지지자들의 소유로 이들은 김씨의 대통령당선을 확신하면서 한·러간의 우호증진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간직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김영삼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 러시아 국민들의 관심은 한국이 향후 수년간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또 폭풍에 휩싸인 세계경제의 허다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2000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가 커다란 관심거리이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가 「신한국」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21세기의 윤곽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훨씬 가시화되어 있다. 이는 아마도 인류역사의 중심축이 동방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많은 정치가와 경제학자들이 세계는 「태평양시대」의 입구에 들어서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이들의 예상은 타당하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언젠가 나비의 탄생을 비유로 사용한 적이 있다. 즉 아름다운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 다닐 수 있게 되기까지는 고치속에서 매일같이 고치의 두터운 벽을 탈출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비는 모든걸 체념한채 고치속에서 영원히 갇혀 있을 수도 있고 스스로를 단련시켜 어둠을 깨치고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주창하는 「신한국」은 이 나비와 같아서 이제 과거를 떨쳐버리고 험난한 도전이 가로놓인 새길을 용감히 개척해야 한다. 김 차기 대통령에 부과된 새로운 한국건설의 임무는 장애물이 산적한 길을 과감히 헤쳐나갈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역정은 20세기가 가기전에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한국의 건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도 없고 누구 한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한국인 모두의 노력이 요청된다. 하지만 신한국건설의 초석을 까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러한 초석은 이미 마련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는 사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건전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민주개혁의 이슈는 87년 대선때만큼 심각성을 띠지 못했고 민주발전을 위한 국민적 지지는 이미 확고하다. 독자적이고 일정한 교육을 받은 중산층의 성장은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인들은 자기의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다.
민주발전은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부담에서 벗어나 경제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준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경제개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 해결에는 국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한국이 노태우대통령 시절에 이룩한 러시아 및 중국과의 전향적인 관계설정은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적인 핵사찰수용 및 시장개방 압력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급속한 진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은 합작기업이 북한내에서 의류 장난감 주방용품 등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건설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개방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한국은 오래지않아 은둔의 왕국인 북한의 문호를 활짝 열어놓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때까지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해결에 일정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모스크바와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눈부시다. 비행기 여행자들이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내리면서 제일 처음보게 되는 것은 현대 쌍용 금성 등 한국기업들의 대형 광고판이다. 한국은 러시아에 활발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투자총액도 91년도의 3백60만달러에서 급속히 증가돼 92년도 상반기에만도 7백만달러에 달했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노태우대통령의 정책과 대체로 일치할 것이다. 새 대통령은 남북한이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아래 하나의 단일국가로 통일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는 통일된 단일국가가 21세기 아시아·태평양시대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세계역사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한반도 모든 구성원의 꿈이자 열망이라는 확신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남북한이 자주,평화,민주의 원칙아래 평화공존과 경제적 번영을 이루면서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시켜 나갈때 가능하다.
우리는 20세기가 가기전에 「신한국」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김 차기 대통령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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