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여앉아 귀엣말로 소곤거리는 의원들,오가며 악수하는 의원들,아예 뒤로 돌아앉아 환담하는 의원들….이는 의원 사교모임이나 리셉션장의 광경이 아니다. 다름아닌 6공과 새 정부의 가교역을 맡았다는 제160회 임시국회 본회의장이 풍경이다.
개회할 때만해도 산만한 수준이었던 분회의장은 회기가 1주일이 지나 경제Ⅱ분야 질문을 벌인 15일에 와서는 아예 어수선해져 버렸다.
대정부질문중에서 경제분야 때가 맥이 빠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날 본회의장의 모습은 「이런 국회를 무엇때문에 열었나」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심지어 질문을 하는 의원의 소속정당 의석마저도 경청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기야 질문을 하기에 앞서 『총무가 갑자기 질문을 하라고 해서 나왔다』는 얘기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판국이니 더할 말이 없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귀엣말을 나누고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의석을 돌며 악수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흡사 전당대회(3월11일) 예비 경선장의 모습이다.
민자당 의석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른바 실세중진 주변에는 의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화제는 새 정부 인선내용이라는 후문이다.
한쪽편의 국민당 의석은 반대로 썰렁했다. 탈당내홍의 파장이 휩쓸고 있는듯했다.
이같은 본회의의 유례없는 산만함은 질문과 답변을 허공에 맴도는 「독백」으로 전락시켰다. 「맹탕국회」니 「억지춘향국회」라는 비아냥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과연 제160회 임시국회는 이 지경이 될 정도로 무의미할까.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로 귀결될 것이다.
일각에서 『물러나는 정부를 상대로 무슨 국회냐』고 얘기한다면 역사의식없는 안이함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조직법 안기부법 등 각종 법령정비,UR대책 마련 등 수두룩한 실무현안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국회의 정치사적 의미는 간단치 않다. 떠나는 정권에 대한 마무리 평가와 새 정권에 대한 고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대이라크 공격을 수행,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권에서 그저 「남의 나라일」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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