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있는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2일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을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유창순 회장 후임으로 새 회장에 선임했다. 전경련은 비사업주인 유 회장 체제 4년만에 다시 사업주 회장의 체제로 바뀌어진 것인데 안팎의 여건변화에 비추어 리더십과 신념·비전이 있는 오너 경영인으로 알려진 최 회장의 취임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행정부가 오는 25일 정식 발족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전경련 집행부가 교체되는 것은 전경련으로서는 시의적절한 기수의 교대로 볼 수도 있겠다.전경련과 그 회장은 약 4백40여개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정부측에 정책을 건의,관철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반대로 정부측의 요청에 회원사들이 협력토록 하는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 주요업무다. 회원사들은 본질적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고 또한 경영의 독립성이 서로 침해받지 않으므로 이들을 「공동의 규칙」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전경련과 그 회장은 재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도 없다. 따라서 재계를 오늘의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혁하는데 전경련과 그 회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최 회장을 비롯한 새로운 집행부는 재계의 현대화와 합리화를 지향한 탈바꿈을 유도하는데 앞장설 책무가 있는 것이다.
현재 재계가 당면한 주요 공동과제의 하나는 유창순 퇴임 회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재계 스스로가 요구하는 민간주도 경제체제를 수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재계는 그들의 이러한 요구관철에 더 없는 호기를 맞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현안은 국제경쟁력의 회복이다. 민관이 지금까지 관주도 경제체제 보다는 민간주도 경제체제가 보다 효율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김 차기 대통령이 「작은 정부」,민간주도 경제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경제운영에서 정부의 간섭,규제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강조해왔다.
재계는 그들이 주장해온 자율경제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기 성숙을 국민앞에 보여줘야 한다. 한마디로 소아적 이기주의에 몰입한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을 탈피해야 한다. 과다경쟁,부동산투기,재테크,중소기업 수탈,권위주의적 경영,지하경제 조장 등등이 척결돼야 한다. 재계는 국민들로부터 의심과 불신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찬양을 받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경제의 기관차가 돼야 한다. 최 신임 전경련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문민정부의 출범에 맞춰 기업인과 경제인의 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율위원회 설치를 통한 과당경쟁 조정 등 몇가지 개선안을 밝혔으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재벌의 은행경영 참여문제 등에서는 재게의 보수적 견해를 견지했다.
재계의 대아적 변혁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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