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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개관/김성우(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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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개관/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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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한국은 떳떳해졌다. 지금까지 한국문화의 표징이라면 기껏 역사적 유물이었다. 어느나라나 역사의 때묻은 유산쯤 없는 나라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어제의 문화전통이지 그것이 곧 오늘의 문화수준은 아니다. 문화가 전통에 뿌리박고 자라는 것이라 하더라도 수준은 당대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이 당대의 문화수준을 만방에 과시할 상징물이 무엇이었던가. 이제 당당히 내세울 한국문화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오늘 「예술의 전당」이 전관 개관을 하는 것이다.실로 10년이 걸린 장정의 대역사였다. 21세기의 한국 문화예술을 주도할 거점으로서,새로운 문화운동의 기점으로서 「예술의 전당」의 완성은 우리 문화예술사에 큰 획이 될 것이요,오늘을 정부수립후 45년의 어지러운 역사가 기억하고 수도 서울의 6백년사가 기억할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그동안 음악당,미술관 등이 먼저 문을 열었고 이번에 오페라극장이 마지막으로 개관으로써 완결되었다. 이런 종합문화단지는 세계적으로 몇군데 안된다. 게다가 도시속에 있으면서 등으로 우면산을 끼고 합자연한 입지조건은 문화공원으로서 서울만의 것이다.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상설 오페라극장이 생겼다. 하나의 사건이다. 오페라극장은 경제대국인 일본에도 아직 없다. 오페라극장이라고 하면 단순한 건물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전속 교향악단,발레단,합창단까지 포함하는 것이 상례다. 거기에 정상급 작곡가,가수,지휘자,연출자 등을 확보해야 하고 많은 기술요원이 소요된다. 오페라는 돈먹는 식충이다. 제작비만도 엄청나다. 더욱이 동양에서는 오페라라면 서양취양의 것으로 치부하여 일반인은 거리감을 갖는다. 그래서 오페라극장은 아무나 엄두를 못낸다.

그러나 바로 그러므로 오페라극장이 필요하다. 교향악단,발레단,합창단을 활성화시켜 수준을 끌어올리고 큰 작곡가,가수,지휘자를 길러낸다. 작곡가 베르디,지휘자 토스카니니,가수 마리아 칼라스를 대성시킨 것은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이었다.

오페라는 공연예술의 극치요 종합예술의 정화다. 그 나라 예술수준의 총화이자 그런 진미의 향연장이 오페라극장이다. 오페라에 소원한 관객들을 가까이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술의 전당」 건설은 5공 초기에 시작되어 6공 1기의 임기와 함께 끝났다. 군사정부로서는 「반문화적」 얼굴의 분식이었겠지만 그런 정권하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지도 모를 문화치적으로 남는다.

총공사비 1백60억원은 방송광고공사의 공약자금으로 충당되었다. 「반문화적」 프로그램 내용의 방송이 문화에 기여했다.

「예술의 전당」은 문화를 담은 그릇이지만 그릇 자체가 건축적으로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연면적 2만8천여평의 여러 건축물들과 공간들은 그 설계가 세계적으로 뽑낼만하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의 젊은 건축가의 손으로 이루어졌다는데 큰 자긍을 갖게 한다. 지명공모에 당선된 설계자 김석철씨는 이 설계 때문에 베니스 건축대학에 초청되어 작품 개인전을 갖는다.

프랑스만해도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은 우루과이 태생으로 캐나다에 사는 카를로스 오트의 설계였고 파리의 건축명물인 퐁피두센터는 이탈리아인 피아노와 영국인 로저스의 합작이었다. 모두 외국인들이다. 이 로저스가 한국에 와서 「예술의 전당」을 보고 감탄했다.

파리의 옛 오페라극장은 「가르니에궁」이라 별칭된다. 가르니에는 당시 35세의 나이로 현상공모에 당선된 설계자의 이름이다. 가르니에는 지금 오페라극장의 한모퉁이에 흉상으로 서 있고 극장앞의 광장에 그의 이름이 붙어있다. 우리의 「예술의 전당」 설계자에게도 박수를 아낄 것 없다.

1875년 문을 연 파리 오페라극장의 개관 첫날 입장료는 최고가 평일의 5백배였다고 한다. 설계자 가르니에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1백20프랑짜리 표를 직접 사서 3층 박스에 앉아 있었다.

「예술의 전당」은 2월15일의 초대 공연에 이어 내일부터 각 극장별로 개관 기념공연을 연다. 지금 「예술의 전당」의 걱정거리는 이 버젓한 상자속에 무엇을 채우느냐는 것이고 연간 1백50억원의 운영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후원자가 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입장권을 사는 일 자체만도 훌륭한 기부행위다. 수준높은 작품의 제작도 관객의 열기가 만든다. 개관 기념공연부터 보러가자.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일생에 다시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를 문화적 축복이다. 개관때 객석에 앉았던 사람에게는 그 자리가 평생 자기의 예약석이나 다름없다.

「예술의 전당」은 자랑스럽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이것이 자랑스러운 것인줄 알때,그리고 스스로 그 객석에 앉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라야 「예술의 전당」은 진실로 자랑스러운 것이 된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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