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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흩어지는 국민당(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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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흩어지는 국민당(사설)

입력
199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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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의 갑작스런 「와해현상」은 어느정도는 예상됐던 일이면서도 충격적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허망하다고도 하고 씁쓸하다고도 하며,더러 분노를 토로하기도 한다.국민당을 창당하고 그 대표로 또는 대통령후보로,지난 1년간 한국정치의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정주영씨가 돌연 탈당을 결행했을 때 국민당의 해제는 이미 불가피할 것으로 감지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이유에 앞서,국민당은 국민적 공당이라기 보다는 아직도 「그의 당」에 머물렀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잇단 탈당과 무더기 탈당의 예고로 미루어 국민당의 원내 교섭단체 유지는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느낌이다. 지난해 총선을 40일 앞두고 당을 만들어 일거에 31석을 획득,정국을 3당체제로 이끌었으며 뒤이은 대통령선거에서 결코 적지않은 국민의 지지를 얻었던 국민당이 느닷없이 공중분해되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비극적인 드라마 또는 일장춘몽의 희극적 해프닝에 다름아니다. 그 주역 정씨가 왜 이같은 방식으로 종국을 연출하는지 그 속사정은 우리로서 알 수 없다. 말못할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씨 스스로가 국민당의 해체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정씨는 측근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해서 신한국 건설에 동참하라. 다른 의원들도 설득해서 같이 행동하라』고 독려까지 했다고 한다. 대통령선거 패배후 『절대로 국민당을 떠나지 않겠다. 단결해서 당을 키워나가자』고 다짐했던 바로 그 정 대표다. 「내돈 내 마음대로」 「내 회사 내 뜻대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만든 당이니 내 생각대로」 없애버릴 자유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처럼 잘못된 독선이 또 있을까 싶다. 재벌의 정치참여 행태와 그 한계를 교훈으로 삼기에는 우리 국민이 받는 상처가 너무 크다.

국민당의 와해현상과 관련해서 한가지 유의할 일이 있다. 최근 민자당이 안정적인 정국운영을 내세워 원내 의석 1백70석 이상 확보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법으로는 의원들의 당적이동이 자유롭게 허용돼있으나,집권당이 인위적으로 의석을 불리려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한 정치행위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국의 안정적 운영이란 명분밑에 집권당이 이른바 철새정치인들을 대거 포용하거나 양산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3당체제의 정국은 이제 양당체제,그것도 거여와 소야의 불균형 구도로 이행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더욱이 현재 야당인 민주당이 새로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민자당이 인위적인 거대여당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새로운 문민정부의 정국운영에도 결코 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국민당의 참담한 토붕와해를 충격으로 지켜보면서도 「와해이후」에 더 깊은 우려와 경고를 보내게 되는 까닭은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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