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이 걸린 3월 전당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지구당 개편대회가 진행중인 민주당에 「있어서는 안될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서갑 지구당개편대회가 두군데서 동시에 치러진 것이다.12일 하오 3시 강서갑지구당에서는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서 두개의 지구당개편대회가 함께 열렸다.
그 결과 현 위원장인 박계동의원과 박 의원장과 경합했던 김용준부위원장이 각각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곳은 지난 8일 박 의원이 지구당위원장 완전경선을 시도하다가 김씨와 71대 71이라는 기막힌 스코어때문에 대회가 유보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곳.
박 의원과 김씨는 대회유보후 원만한 경선을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경선인준문제로 다시 대립했다. 결국 박 의원은 김씨가 갖고 있던 지구당 상무위원회의장직을 박탈해버렸고 김씨는 이에 반발,별도의 지구당개편대회를 열었다. 서로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의원들만을 모아놓고 반쪽대회를 갖는 불상사가 연출되고 만 것이다.
물론 이날의 두 대회중 어느것이 유효한것인지는 중앙당이 전체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강서갑 해프닝은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에 따른 지도력 공백을 당내 민주화의 에너지로 메워보겠다는 민주당의 의지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관전자를 우울하게 한다. 지난 8일 득표수가 똑같아 위원장선출이 무산되었을 때만 해도 이 문제는 당내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적 진통쯤 애교있게 봐줄수 있었다. 그러나 대회가 두군데서 동시에 치러진 것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야당은 과거 어렵고 힘든 시절 당권경쟁과 지구당개편대회 등에서 되돌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많은 장면들을 가지고 있다. 반대파들의 물리력행사를 피하기 위해 부산 앞바다에 배를 띄워놓고 「선상대회」를 가졌던 것도 그렇고 전당대회가 양쪽에서 열렸던 「반당대회」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 모두가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민주당으로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 들일것이다.
강서갑 해프닝이 민주화실험을 하고 있는 민주당에 구태를 연상시키는 「옥의 티」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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