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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말로 그칠순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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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말로 그칠순 없다(사설)

입력
199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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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민정권이 출범을 앞두고 우리사회를 구조적으로 좀먹고 있는 고질적 부정부패 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엊그제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인수위의 부정방지위 설치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그동안 성역시 되어온 권력층과 고위 사정기관부터 먼저 사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의지의 표출이라 하겠다.아울러 그런 발언은 새 대통령이나 문민정권의 사정의지가 과거와는 달리 위쪽부터 먼저 겨냥하겠다는 일대 발상의 전환을 약속하는 것이어서 국민적 기대감을 갖게도 한다. 「성역없는 척결」과 「사정의 사정」이 제대로 시행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만 그치지말고 구체적 용단과 성과로 이어져 오랜만에 맞은 기회와 기대를 모두 살려내길 바란다.

우리가 이처럼 간곡히 당부하는 것은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부정부패 척결을 다짐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서슬이 퍼런 사정기관을 군림시키지 않은 적도 없었지만 부정부패는 「총체적 부정」으로 오히려 구조화·심화되어 손을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많은 지도자들이 있고,그 무서운 사정·권력기관들이 있어왔는데도 국민들간에 백년하청의 탄식을 자아내게 한것은 한마디로 윗물부터 흐렸기 때문이 아니던가.

전통성을 결여한 권력들은 선용해야할 국가지도력과 막강한 공권력을 오로지 권력과 부의 유지에만 돌려 권력독점과 남용·정경유착·특혜를 일삼아왔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독립해 엄정한 사정활동을 펴야할 기관들은 권력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어 온갖 부작용을 빚어왔다. 예를 들어 국가특수기관은 본래의 대공업무보다 정치사찰과 공작에 마구 투입되어 흑색선전물 투입사건마저 일으켰다.

정치바람이 잘 날이 없던 수사기관은 눈치보기에 바빠 정치적 사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더러 공안정국의 하수인역을 자임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독버섯만 자라났던 것이다.

또 막강한 이들 기관들틈에서 본래의 감사업무 전담기관은 오히려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전락해 명맥만 유지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김 차기대통령이 이런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직접 겪었기에 사정기관부터 먼저 사정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에다,문민정권으로서의 정통성과 도덕성에 어울리는 윗물맑기와 솔선수범의 이행도 당연히 앞서야 할 것이다.

또 난마처럼 얽혀있는 사정기관의 제도적 기능과 지연에 따른 정실인사의 폐해를 하루 빨리 바로 잡고,사정기관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주는 과제도 함께 남아있다고 하겠다.

대입부정사건으로도 드러났듯 우리사회의 부정부패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국민들도 절감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동참시켜 오랜 부패의 사슬을 깨고 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이 새 지도자와 새 정권의 사명임을 거듭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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