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임기말에 즈음해서 청와대에서 회식모임이 잦다는 얘기들이 나온지는 오래되었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무더기로 불러 파티를 열기도하고 오찬 만찬을 나누는 모습도 자주 TV에 비쳐왔다. 또 언제부터인가는 노 대통령이 직접 공사현장에 들르거나 일선 장병을 찾아가 위문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나온다. ◆얼마 안있어 청와대를 떠나는 마당이므로 곳곳에 작별인사를 하고있는 셈이다. 재임기간동안 신세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격려해주고 싶은 사람도 적지않을 것이다. 또 청와대에서 마지막 환담을 나누고 싶은 개인적인 친구나 친지들도 있을 것이다. 적지않은 국비가 먹고 마시는데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었고 너무 잦은 인사치레에 비판도 없지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선심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많은 비서관들을 다른데로 미리 전출시키면서 급수를 높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단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유무능을 가리지 않고 승진·특진시켜 보냈다면 공직사회의 위계질서를 문란시키는 중대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특혜시비는 특진·전출뿐이 아니다. 비서실·경호실 직원들 수십명에게 훈장을 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또 눈길을 끈다. 장기근속 교원과 정년퇴임 교원 1백8명에게 주로 수여하는 연례 서훈계획에 그들을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은 그들의 훈장수여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비밀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떠나는 대통령의 인심쓰기치고는 좀 심하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특정그룹 인사에 대해 비밀리에 훈·포장계획을 추진했다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사례는 전두환대통령의 임기말인 88년 2월에도 있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전 각료를 포함한 91명에 대해 서훈을 의결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일자 장관급 31명과 청와대 비서관 13명은 제외시켰던 것이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사정기관이 바로 사정대상이라고 일갈했지만 청와대 사람들의 특권의식이야말로 한국병의 대표적인 사례로 척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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