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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훈장/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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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훈장/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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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라는 말이 수식어로 동원될때는 대체로 부정적 의미가 강조될 때이다. 뭔가 원칙이 없는듯해 보이거나 부도덕한 일이 크게 벌어질 때이다.마찬가지로 훈장은 국가가 주는 영예의 상징이지만 「무더기 서훈」이라고 했을때 그 훈장은 이미 본래의 뜻을 상실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 23명에게 훈장을 주기로 한 지난 11일의 국무회의 결정에 왜 「무더기」라는 표현이 굳이 따라붙어야 하는지는 일반인들에게도 직감에 가까운 상식이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비서,그것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모셔야하는 청와대 비서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이 말은 듣고 보면 오히려 이들에 대한 서훈사유가 왜 「국가사회 발전 유공자」로 막연하게 규정될 수밖에 없었는지 금세 알수있다. 이날 정부가 이들과 함께 서훈을 의결한 퇴임교원이나 대통령선거관리 관계자들의 사유에 비해보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한 기관에서 23명이나 되는 고위공무원들에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명목으로 국가의 영예를 주는 것에 「무더기」라는 수식어가 당연히 붙게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라리 「임기말의 선심」이라는 해석이 걸맞을듯 싶기도 하다.

대통령과 전 국무위원이 훈장을 받기로 했다가 철회된 5공 임기말의 훈장파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칸막이」속에서나 통할 수 있는 똑같은 발상이 재연됐다는데서 한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예로운 경사인 서훈이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된 과정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총무처는 이에대해 대통령 재가절차가 남았고 이 과정에서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의 명단도 완강히 감추었다. 그러던 총무처는 파문이 확산될듯 하자 스스로 이를 공개하는 또 한번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서훈내용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인듯 하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접했던 공무원들이 「쉬쉬」로 일관하면서 짓던 난처한 표정에서 무더기훈장의 문제점은 절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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