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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재정 과감히 공개해야”/대입부정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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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재정 과감히 공개해야”/대입부정 원인과 대책

입력
199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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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 정원감축 타대로 전환/기여입학제 성급한 도입 곤란/억울한 탈락자 구제 방침/연내 137개 대학 입시감사□긴급좌담

▲모영기 교육부대학 정책실장

▲문용린 서울대 교수

한국일보사는 11일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대입시 부정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모색키 위해 모영기 교육부대학 정책실장과 서울대사범대 문용린교수(교육학)를 초청,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일시:2월10일 상오 10∼12시

장소:한국일보사 송현클럽 녹실

▲사회 설희관차장

▲사회=광운대 등 10개 대학에서 입시부정이 저질러져 11일 현재 교수 교사 학부모 대리응시자 등 60여명이 구속됐습니다. 대학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모 실장께서는 먼저 교육부의 입장을 말씀해주시고 문 교수께서는 대학인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해 주시지요.

▲모 실장=충격적인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데 대해 죄송한 마음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전국에는 1백37개 4년제 대학과 1백28개 전문대학이 있습니다.

이들 대학에 대해 일일이 지도감독을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그동안 총학장 책임아래 자율적인 입시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문제유출 방지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써온 것이 사실입니다.

총장과 입시 관리책임자가 형사처벌은 물론 행·재정지원 중단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조직적으로 입시부정을 저지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문 교수=교직사회는 어느 집단보다 자부심과 긍지가 강하며 교육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칙이 살아있다고 자타가 인정해왔습니다.

입시부정사건으로 이같은 둑이 무너져 내래 「교육계 마저도 썩어버렸다」는 국민들의 질책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입시부정은 사학의 재정난 등으로 호도될 수 없는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부정이 드러난 대학관계자들의 기본적인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의 폐쇄성으로 인해 이같은 조직적인 부정이 일어나는 만큼 대학은 재정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교육계 내부에서부터 자성하는 노력과 자구적인 움직임이 일어나야겠으며 일반 국민들도 교육계 전부가 썩은 것이 아닌 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교육부는 입시부정 혐의가 있는 대학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교육부의 감사인력 25명으로 어떻게 방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지요.

▲모 실장=교육부 감사관실 인원이외에 나머지 국실에서 필요인력을 보충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감사원이나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인력지원을 받아 올해안에 전국 1백37개 4년제 대학에 대한 93학년도 입시감사를 하겠습니다.

▲사회=89년 동국대 입시부정사건이 터졌을 때 교육부는 은행감독원과 같은 성격의 입시관리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감사강화 차원에서 갖고 계신 복안은.

▲모 실장=해마다 입시가 끝나면 대학별로 자체 감사를 벌여 그 결과를 교육부가 보고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광운대의 경우 자체 감사조차 벌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만큼 대학자율에 맡겨둔 대학별 감사는 유명무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입시부정 재발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별로 공정입시관리 대책위원회를 구성토록 할 방침입니다.

▲문 교수=총학장과 보직교수가 마음먹으면 부정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두어야 임의 기구로서는 효과가 있을까요.

▲모 실장=좋은 말씀입니다. 공정입시관리 대책위원회를 모든 사립대학에 의무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대학별로 학칙을 개정하고 필요하다면 관계법령도 손질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 위원회를 공식기구화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갖게 하겠습니다.

▲사회=위원회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지요.

▲모 실장=원로교수를 위원장으로 교수 10명 내외로 구성케할 방침입니다.

▲사회=조완규 교육부장관이 최근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여건이 갖춰진 대학부터 정원정책을 자율화하고 빠르면 94학년도부터 기여입학제 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중에는 교육부가 입시부정의 본질을 사립대 재정난쪽으로만 돌리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모 실장=기여입학제는 극심한 사학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로 몇년전부터 수차례 논의가 돼온 문제입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기여입학제 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학사관리를 포함,대학운영을 건실하게 하는 대학에 정원 자율화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금 당장 기여입학제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사학 재정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기여입학제를 도입할 계획은 없습니다.

▲문 교수=이 시점에서 기여입학제를 실시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사학재정이 열악하고 기여입학제를 시행하면 작은 이익을 탐하다 국가기강의 해이를 자초하는 큰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에 그나마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돈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조선시대 포목 몇필 바치고 군역을 면제받음으로써 야기됐던 식의 극심한 사회혼란이 빚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하버드대에도 기여입학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독지가가 순수한 목적으로 대학에 기부하면 대학이 긴 시간을 두고 기여정도를 평가,후손들에게 보상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나마 입학시에만 특혜가 주어질 뿐 졸업은 자기 힘으로 해야 합니다. 하버드대 교수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기여입학제에 대해 말했더니 「범죄」라고 놀리더군요.

▲모 실장=설사 기여입학제를 실시한다해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원칙에 충실해야 되겠죠. 즉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여입학 대상자는 정원외로 선발해야 합니다. 또 기여입학을 통해 들어온 돈은 철저히 교육여건 개선에만 투자돼야 합니다. 이밖에 어느 정도의 대학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에게만 기여입학을 허용하고 입학가능한 대학도 사립대학으로 국한해야 되겠죠.

▲문 교수=두가지 정도의 기준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대학재정을 공개해 부정개입의 여지를 없애고 재단도 기여입학금에 상응하는 액수를 재단 전입금으로 대학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광운대 정상화 방안은 무엇입니까.

▲모 실장=재학생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겠지만 광운대의 경우 현 재단의 운영진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일정기간의 계고시일이 지나면 임시이사를 파견,새로운 운영자가 나설 때까지 잠정적으로 대학운영을 맡길 방침입니다.

▲사회=부정합격자에 밀려 탈락한 학생들에 대한 구제는 잘돼갑니까.

▲모 실장=93학년도 전·후기입시에서 채점 부정으로 억울하게 낙방한 학생들은 경찰수사가 마무리되고 OMR카드가 회수되는대로 입학사정을 다시 해 모두 구제할 방침입니다.

▲문 교수=광운대 등 입시부정 관련 대학의 정원을 감축할 경우 전체적으로 대학문이 좁아져 수험생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모 실장=전체적인 정원 감축을 막기위해 입시부정 관련대학의 정원이 감축된 만큼 다른 대학의 정원을 늘려 전체대학 정원수에는 변동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회=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교육비를 GN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하는 등 교육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아무쪼록 이번 입시부정이 교육개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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