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 타개에 “협조와 양보” 공동인식/인상폭 이견으로 구체협상땐 진통불가피지난 9일 경제5단체장과 산업별 노조위원장들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올해 임금인상률에 관한 노사단일안을 만들어 내기로 합의한 것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3∼5공 강권정치하에서는 관 및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진행되어 왔으며 87년이후 민주화과정에서는 그동안의 경제성장에서 소외됐던 근로자쪽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이뤄지는 등 매년 파행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올해는 양자가 임금협상에 관한 단일안을 만들어 이를 근거로 산업별·기업별 임금협상을 벌여나가도록 함에 따라 지금까지의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양자가 앞으로의 협상은 정부의 관여없이 양측이 자율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기대의 근거가 되고있다.
양측이 첫번째 만남에서 쉽사리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올해 국가경제가 과거처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4개항의 합의중 「노사 양측은 국민경제가 어렵다는데 공동인식을 가졌다」는 항목을 가장 먼저 발표,경제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노사 양쪽의 협조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공통된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임금인상에 대해 서로간의 시각차가 엄존하고 있는데다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양자의 의견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경제단체 대표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지난 수년간의 지나친 임금상승 때문이라는 기존시각을 고수한 반면 노총대표들은 호경기일때 재테크와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고 투자와 기술개발은 소홀히해 경쟁력을 스스로 상실한 기업측에 원인이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총대표들은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대학 부정입학에서 수억원대의 돈이 오갔다는 사실에 근로자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이같은 실정에서 근로자들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나누자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임금인상률은 사용자측이 5∼7.6%,근로자측이 12∼13%여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측은 조만간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임금협상기구를 구성,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단일안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달중 단일안을 못만들어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노총이 한자릿수 인상이라는 모양새를 고려,최대한 양보한다는 것을 전제로 9%선에서의 단일안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 경우 정부의 임금억제선(대기업의 경우 3%)을 넘게돼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가 있다. 정부가 억제선을 고수하기 위해 협상에 개입할 경우 새로운 임금협상 관행의 정착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된다. 또 양측이 정부억제선을 넘지않는 범위내에서 단일안을 마련할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때문에 올들어 처음 시도된 노사대표자회의가 출발때처럼 앞으로도 끝까지 모양이 좋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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