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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직접 지시한 부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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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직접 지시한 부정(사설)

입력
1993.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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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학문은 한없이 비좁다. 고졸 예정자의 80%가 넘는 60만2천명 이상이 대학진학을 희망하지만 1백38개 4년제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입학정원은 22만3천명에 불과하다. 어디 고졸 예정자 뿐이던가. 32만이 넘는 재수생까지 겹쳐 이번 전·후기 4년제 대학에 이미 응시했고 전문대학에 가겠다고 벼르는 수험생이 모두 93만2천명이나 된다. 그래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더없이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대학입시가 온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같은 상황은 왜곡된 고학력 풍조가 어떻게 나쁜 것이며 「대학진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는 식의 가치관을 논하기에 앞서,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최대 난제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또 이같은 대학입시난의 각박한 현실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탈법 등 부정입학을 자행할 범죄의 온상을 제공해주고 있기도 한 것이다.

광운대에서 연 2년에 걸쳐 1인당 1억원씩,도합 72명을 부정으로 입학시키고 70여억원을 받은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도 따지고 보면 치열하기 이를데 없는 입시난의 현실과 무관하다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입시난이 심각하고 사학들이 처한 재정난이 어렵다 하더라도 입학부정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90만명이 넘는 입시생이 그 비좁은 대학의 문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이제까지 승복해온 것은 입시관리가 공정했다는 것을 대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광운대처럼 뒷문을 열어놓고 불공정한 경쟁판을 벌였다면 입시제도 자체가 설 자리를 찾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사회전체가 입시부정 파문으로 무법천지화할 위험마저 있다는 것이 입시부정을 용서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이다.

광운대의 경우 부정입학의 범행을 재단의 주인이자 대학운영관리 총책임자인 총장이 직접 지시했고 부총장과 교무처장 등 학사행정의 핵심 보직교수들이 시험성적을 원천적으로 조작하는 대학차원의 범행을 자행했다니 동정이나 정상참작의 여지는 더더욱 없다.

대학들의 부정입학 사건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전 동국대·성균관대·건국대 등이 재정난을 이유로 40∼60명까지 거액을 받고 입시부정을 자행했던 사례도 있고 일부 예능계 교수가 사욕에 눈이 멀어 입시부정을 자행했던 일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러나 대학의 75%를 감당하는 사학들이 어려운 재정난을 핑계로 입시부정을 자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나라 대학들은 범죄의 온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깊어가는 대학에 대한 불신은 이 나라 대학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는 차원에서 입시부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데는 교육부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정부 차원에서 모든 대학들의 입시행정을 철저히 감사,부정의 싹과 뿌리를 제거하고,부정이 없는 대학을 가려내 줘야만 국민들의 불신을 씻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 대학 특히 사학들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고 산학협동을 강화·확대해본들 검은 속을 가진 사학재단만을 살찌울 뿐,이사회의 발전과 학생·학부모들에게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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