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문학의 세계화/김성우(문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2.08 00:00
0 0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은 이번 2월호에 「큰문학을 말한다」라는 특별 좌담을 실었다. 우리 문학이 아직도 왜소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발돋움을 모색하는 기획물이다. 이 자리에서,우리나라가 국제화된데 비해 우리 문학은 외국에서 절해고도를 이루고 있다,일제 때에는 일본어권,광복후에는 영어권의 기호에 따라 외국문학이 유입됨으로써 자신이 중심으로 서지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와중에서 우리 문학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가장 우리다운 문학이 큰 문학이요 그러자면 우리속의 진정한 자신을 찾아 키워야 한다,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닌 문학이 세계문학이니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도록 하자는 등의 논의가 나왔다.논의의 내용이전에 「큰문학」을 거론한 자체가 시의적으로 눈길을 끌게 한다.

때마침 지난주에는 펜클럽 한국본부가 스웨덴의 노벨상위원회의 추천의뢰를 받아 한말숙씨의 소설 「아름다운 영가」를 노벨문학상 후보작으로 통고했다고 한다. 당장은 작품이 외국에 번역 소개된 작가를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추천 후보자를 꼭 번갈아가며 바꾸어야 하느냐는 등에는 이론이 있는 채,추천되는 작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노벨문학상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일는지 모른다. 노벨문학상은 우리 문학의 크기를 재는 잣대요 큰 문학으로 가는 이정표요 우리 문학을 세계화하기 위한 하나의 푯대다.

문예진흥원은 올해부터 잡다한 문학상들 때문에 빛이 나지 않는 대한민국 문학상을 폐지하는 대신 한국문학 번역상을 신설한다고 한다. 이것도 우리 문학을 세계무대에 내세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문예진흥원은 80년이래 58종의 우리 문학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미약하다. 번역상은 한국문학의 해외출범에 큰 뒷받침이 된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더욱 고무적인 일은 대산재단의 탄생이다. 대한교육보험이 작년 연말에 설립하여 이달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이 재단은 문학분야의 진흥을 주목적으로 하는 민간재단이어서 이색적이다. 국내에 많은 문화재단이 있으니 문학을 집중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고 외국에서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대산재단은 55억원을 1차로 출연하여 연간 사업예산이 약 6억원이다. 이 액수는 문예진흥원의 문학부문 한해 예산과 맞먹는다하여 놀라워들 한다. 재단은 문학상 등으로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켜 좋은 작품을 낳게하고,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외국기관을 돕거나 세계의 저명 문학인들을 초청하여 해외에서의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나아가 활발한 번역·출판을 통해 우리 문학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보급할 계획이다.

대한교육보험 설립자이자 재단 이사장인 신용호씨는 노벨문학상에 남다른 집념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만든 세계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에는 입구에 각국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이 걸려있고 맨끝에 한국인 수상자의 자리를 비워놓았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 그 집념의 구현이 대산재단의 설립이다. 이 재단은 한국작가의 노벨상수상 추진위원회의 성격을 가졌다고 할만하다. 재단의 사업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한 모든 기초작업을 총망라한 것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사실 너무 무념했다. 비단 문학뿐이어야 할까마는,문학은 모든 문화의 선도자요 문화 가운데서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우리 문화가 세계에 진출하자면 문학이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한 나라를 이해시키는데는 문학이 첩경이다. 문학에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무역대국에서 문학의 수출이 부진한 것은 부끄럽다. 어떤 상품보다도 먼저 선적되어야 하는 것이 문화고 문화라면 문학이 얼굴이다.

세계 10위권안의 출판대국에서 문화적 위상이 서열이 세계의 후미인 것은 이상이다. 문학이 크지 않는 땅에 출판이 무성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문학은 외국어를 모르는 고독한 여행자처럼 애처롭다. 상품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세계 도처에서 반갑게 만나는데 문학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으려면 슬퍼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작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 문확도 작은 문학일 수 없다. 문학을 키워 세계에 내놓지 않고는 아무리 우겼자 큰 나라로 에우받지 못한다. 세계 10위권의 문학대국이 안될 수 없다.

이럴 때 대산재단 같은 후원자의 출현은 가상하다. 문민이란 무에 대한 대항어일 뿐 아니라 관에 대한 저항어이기도 하다. 문관 아닌 것이 문민이다. 정부의 힘을 믿지않고 순수한 민간기구가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 앞장 선 것은 문민시대에 걸맞는 일이다.

금년중에 금성출판사에서도 별도의 문화재단을 세워 우리 문학의 번역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말이 들린다. 우리 문학은 힘이 나게 되었다. 올해는 한국문학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획기적인 해가 될 것 같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