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들 뼈깎는 자성노력을”/재정난 이유 부정동정 안될말/철저한 예산 공개로 신뢰회복/운영합리화 도외시한 「기여입학제」 또다른 비리소지『교육을 팔면 교육이 망한다』 최근의 대학입시 부정사태에 대한 이면영 홍익대 총장(60)은 교육자로서 대학총장으로서 자괴감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사학의 열악한 재정형편을 고려할 때 부정행위를 비난만 할 수 없다는 동정론을 일축하고,밝고 깨끗한 대학을 이루기 위한 대학 자체의 치열한 노력과 이를 통한 신뢰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차를 운전하고 우리나라 대학중 처음으로 지난해 6월 학교재정을 지상공개한 바 있는 이 총장은 요즘의 문제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괴로워한 탓인지 초췌하고 텁수룩하다. 기여입학제가 부정의 온상이 된다는 점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이 총장을 만나 입시부정 재발방지책과 대학이 갖춰야할 자세 등을 들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부정입학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대학이 어쩌다 이렇게 됐습니까?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이 부끄럽습니다. 총장단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이라도 발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새 정부가 국정의 제일지표로 도덕성과 신뢰의 회복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이를 앞서 실천해야 할 대학에서 사회전체를 분노와 불신으로 몰고가는 사건이 터져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열악한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형편을 고려할 때 다소나마 해소하려한 보직교수들의 입장도 이해할만하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같은 입장에는 단연코 반대합니다. 대학의 큰 기능은 교육연구와 봉사입니다. 흔히 교육을 「지·덕·체의 함양」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교육이 되기 위해선 우선순위를 덕·체·지의 순서로 두어야 합니다. 부정입학과 같은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교자」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생겨나면 대학교육은 혼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의 사회에 대한 봉사는 건전한 비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부정을 저지른 교수가 사회정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불신만 증폭될 뿐입니다. 사회전체가 타락했는데 대학만 깨끗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학의 재정과 교육을 위해 불가피하게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식의 변명은 의적논리나 「사랑을 위해 순결을 팔았다」는 천박한 사랑논리와 다를게 없습니다.
입시부정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기여입학제처럼 재정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절대 반대합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자유당 시절에도 고 이승만대통령이 양자를 서울대에 기여입학 시켜려다 대학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여입학제가 허용될 경우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는 최소한의 사회정의마저 실종될 것입니다. 기여입학 대상자의 자격과 수를 엄격히 제한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기여입학제를 시작하면 말할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것입니다. 우선 교수와 교직원 등 학교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기여입학 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국가유공자의 자손들도 그들의 선조가 국가에 기여한 바를 고려,기여입학 대상자에 끼워달라고 할 것입니다. 결국 기여입학을 둘러싼 부정이 저질러지게 됩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수많은 학생들을 봐서라도 기여입학제는 곤란합니다. 입시철만 되면 어김없이 낙방생의 자살보도가 실리고 상당수의 낙방생이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수학능력보다 부모의 재력으로 대학입학이 가능해진다면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학생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입시부정은 교육살인행위와 다를바 없습니다.
개인의 치부를 위한 파렴치 범죄외에 소속된 대학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부정에 조금도 동정의 여지가 없습니까.
▲사립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도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도덕을 팔아 학교의 살림을 꾸릴 수는 없습니다. 교육을 팔면 교육이 망합니다. 먼저 대학의 운영을 합리화해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홍익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저는 항상 우리 대학을 「밝고 깨끗한 대학」이라고 소개합니다. 재정을 포함한 모든 학교운영을 공개하고 입시관리 등에 공정을 기하려는 마음을 스스로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학교운영상태를 공개해 의혹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홍익대는 오래전부터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학생회 등 학교 내부기구에 교육부에 제출하는 예산 및 결산서를 공개해왔습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주요 일간지 결산공고를 게재했습니다.
교수임용에서도 「뒷돈거래」에 대한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72년부터 공개채용을 실시,채용 확정된 교수의 전공과 출신학교 등 인적사항을 신문에 발표해왔습니다.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작은 것부터 절약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대학에는 총장을 비롯한 9개 단과대학장을 위한 비서는 물론 운전기사도 없습니다. 대학의 공용차는 프레스토 승용차 1대와 운동선수용 버스 1대 뿐입니다. 나는 엑셀을 손수 운전하고 다닙니다. 또 절전과 절수를 철저하게 실천하고 이면지 양면지를 활용하는 등 다소 쩨쩨하다 싶을 만큼 절약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건물 신축 등 모든 공사에서도 철저한 공개입찰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 매학기 등록금 접수마감을 하는 즉시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에 예치,「고리대금업자」라는 말을 들을만큼 조금이라도 불리려고 애를 쓰고 가능하면 돈을 예치한 금융기관에 장학금을 내놓도록 「흥정」도 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대학의 1년 예산 3백40억원중 10억원은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 노력만으로 대학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기여입학제를 대치할만한 재정난 해소방안은 무엇이겠습니까.
▲대학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아래 궁극적으로는 국가보조의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 인건비 등 대학운영비의 15%에 해당하는 경상비를 국고보조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1년이상 쓸 수 있는 학교설비는 사학진흥재단에서 융자를 받아 구입합니다. 지난해 일본 사학진흥재단이 대학에 융자한 돈은 우리나라 예산규모에 버금가는 3조7천억엔이나 됐습니다.
입시부정을 막기위해 홍익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우선 채점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미술 등 실기고사의 경우 50∼60명이 번갈아 점수를 매깁니다. 다른 과목도 자체 감사를 철저히 실시,올해 전기입시에선 수험생 6천여명의 답안지에서 4백여건,후기때는 1천5백여명의 답안지에서 30여건의 채점 잘못을 찾아내 바로 잡았습니다. 또 모든 입시관계자료 10년치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입시부정의 재발을 막을 길이 없겠습니까.
▲입시부정에 관여한 대학 관계자들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했습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치못하며 책임을 통감합니다. 하지만 모든 대학을 우범지대인 것처럼 매도하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은 스스로 운영을 합리화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정부도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 자구노력을 하는 대학들에게 국가보조를 해주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정리=김현수기자>정리=김현수기자>
□약력
▲서울출신·60세
▲56년 서울대 농화학과 졸
▲66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
▲84년 경영학박사(성균관대)
▲66년이후 홍익대 재직
▲85년 홍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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