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뒤 박해받다 고르비 등장후 “부활”/기금마련 상점에 신자들 꼬리문 행렬모스크바 크렘린궁앞 붉은광장을 가면 십자가,성상,성서 등을 파는 이른바 「교회상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교회상점은 러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카잔성당의 개축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키 위해 신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신자들은 물건판매와 함께 성금도 받고 있다. 모스크바시민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십자가 등을 사고 약간의 돈을 성금함에 넣는다.
지난 1612년 러시아가 폴란드의 침략을 물린친 기념으로 세운 카잔성당은 1930년대 스탈린의 러시아정교회 탄압때 크게 부서졌다.
러시아정교회와 모스크바시 의회는 이 성당을 복원키로 하고 2년전 재단을 설립했으나 복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치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처럼 러시아 전역에서는 과거 공산당시대에 파괴된 러시아정교회 건물을 복원하는 운동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공산당의 탄압과 박해로 많은 러시아정교회가 파괴되거나 불에 타버렸고 교회재산을 몰수당했다. 또한 성직자들이 강제수용소에 수용되기까지했다.
모스크바의 경우를 보면 19세기에 세워진 가장 큰 성당중 하나인 「구세주성당」은 지난 1913년 완전파괴돼 현재 이 자리에는 모스크바수영장이 건설돼 있다. 「붉은 광장」옆에 객실 5천3백개를 자랑하는 현 「로시야 호텔」도 사실 7개의 교회를 부숴버리고 세운 것이다.
공산당정권이 집권하기 이전에 모스크바는 「제3의 로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러시아정교회의 영향력이 컸었다.
지난 15∼19세기만해도 모스크바에는 약 2천개의 교회와 사원 등이 있었다.
이처럼 탄압과 박해속에서 러시아정교회는 겨우 명목만 유지해왔으나 지난 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서서히 되살아났다. 종교활동이 허용돼 다시 교회가 복원되고 신자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또 과거에 빼앗겼던 교회의 토지와 재산을 되찾는 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만 크렘린궁내 교회와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 등을 비롯,약 2백26개의 교회와 사원,토지 등의 재산권이 교회로 환원됐다. 하지만 러시아정교회의 교회복원운동은 최근들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교회와 사원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나 치솟는 인플레와 경제난으로 쉽사리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
러시아정교회는 모스크바 남동쪽의 짜리찌노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세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까지 벽돌 한장 쌓지 못한 상태다. 또 복원키로 한 각종 교회와 사원들도 재정난 때문에 손도 못대고 있는 형편이다.
중소도시에서도 자그마한 사원을 짓는데 엄청난 돈이 들지만 대부분 신자들의 성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교회복원운동은 열기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교회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교회복원보다는 연금생활자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본연의 할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대해 러시아정교회 재산을 관리하는 페도니 주교는 『우리는 교회를 통해 하느님을 섬기고 있으며 교회의 복원은 이같은 차원에서 볼때 국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러시아에는 교회나 사원을 찾는 신자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따라서 많은 신자들이 예배를 보기위해 교회의 복원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는 종교로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인들은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비록 교회의 복원한다면 충분치 않더라도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성금을 낼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성금으로 교회가 복원되는 것을 보면서 종교적 기쁨을 얻고 신앙심이 깊어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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