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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옛날/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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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옛날/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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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은 구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중 스탈린 그라드 전투에서 독일을 패퇴시킨 전승 기념일이었다.러시아인들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이날 TV와 신문 등의 특집과 영화 등을 보며 그날의 감격을 되새겼다. 독재자 스탈린의 사망이후 「볼고그라드」로 이름을 바꾼 이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참전용사들이 당시의 격전지를 돌아보며 그날의 감회에 젖었다. 루츠코이 부통령,하스블라토프 최고회의 의장 등 모스크바의 주요 정치인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그 때의 영광을 찬양했다.

하지만 이 기념식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행사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단의 참전용사들은 샤포슈니코프 독립국가연합(CIS) 총사령관을 둘러싸고 『도대체 붉은 군대가 어찌했기에 소련이 붕괴됐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기념식에는 참전용사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망치와 낫이 그려진 구 소련의 「적기」를 들고 나와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인들은 1백만명 이상의 소련군과 민간인이 죽고 80만명 이상의 독일군이 죽은 2백일간의 전투에서 승리한 「저력」과 「인내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같은 자존심은 구 소련붕괴 이후 처참하게 짓밟혔다. 공산주의의 몰락이후 나날이 치솟는 물가와 인플레로 국민감정은 폭발 직전까지 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옛날」로 돌아가야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오히려 권위주의의 부활을 희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있었던 옐친 대통령 암살기도사건의 범인인 키슬로프 소령같은 인물을 찬양하는 분위기다.

옐친 대통령은 이를 의식하듯 TV연설을 통해 『스탈린 그라드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의 경제적 고통을 참아내자』고 호소했으나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물론 현재의 러시아가 스탈린 그란드 전투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분위기는 엄연한 현실이다.

오늘의 러시아가 해결해야 할 제일 큰과제는 「좋았던 옛날」만을 되뇌며 고통분담은 회피하려는 의시구조를 하루 빨리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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