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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외환속 내우」 조짐/주요 당직자 잇단 당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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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외환속 내우」 조짐/주요 당직자 잇단 당무 거부

입력
199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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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위상·지도체제에 갈등/창당파­영입파 알력까지 겹쳐국민당이 또다시 「내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패배의 와중에서 정주영대표 기소문제 대처에 당력을 집중해왔던 국민당은 검찰의 기소여부 결정이 늦어지는 등 「외환」이 다소 수그러지는 듯해 숨통이 트이자 이번에는 당내 갈등표출이라는 「내부의 적」을 맞게 될 처지이다.

지난달초 김동길 최고위원이 정 대표의 2선 후퇴와 2천억원의 정치발전기금 조성을 요구하며 당무거부에 들어간데 이어 김정남 원내총무 윤영탁 정책위 의장 등 창당이래의 핵심 당직자들이 최근 이 대표의 당운영방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특히 김 총무의 경우 당사 1층의 현대자동차 전시장 철거를 명분으로 조직강화 특위에 불참하는 등 이틀째 당사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에서의 참패와 계속된 정 대표의 실책,국민당 및 현대에 대한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등으로 의원을 비롯한 국민당 인사들의 사기는 창당이래 최저수준에 놓여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4일 상오 열린 당직자 회의는 예정시각이 30분 넘도록 참석대상자 16명중 7명 밖에 참석지 않아 회의가 사실상 유산되었다. 국민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항렬의원의 사망으로 보궐선거에 차라리 후보를 내지 말자는 「패배주의」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의원은 지역구에서 『다음번에 당선되려면 빨리 당을 옮기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물론 의원들의 이같은 얘기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자조섞인 토로일수도 있고 정치적 과도기의 「운신」을 위한 계산된 언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당이 조만간 「외환」 이상의 「내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의 핵심인 소속의원들이 구심점을 잃은채 사분오열돼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무의 당사 출근 거부이유는 표면상 현대자동차 전시장의 당사내 설치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김동길 최고위원의 당무거부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총무는 대선이전부터 정 대표에게 제도 및 기구에 의한 당운영을 요구해온 인사중 하나. 김 총무는 이를 위해 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세를 형성한뒤 이를 배경으로 해서 정 대표에게 「당체질 개선」을 주장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달초 당무거부에 들어간 이래 김 총무가 이 대표와의 중재를 시도하면서 노골적으로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한 것 등은 김 총무의 당사 출근거부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님을 말해준다.

윤 정책위 의장도 『김동길 최고위원은 대선전 국민당을 살리는데 60% 이상 기여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을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느냐』고 정 대표의 당운영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윤 의장도 또 『일부 최고위원들이 김 최고위원을 근거없는 소문으로 모략하고 있다』면서 『당내에 동지의식이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불만이 대선전후 영입의원들의 등장 및 이에 따른 당내 세력판도의 재편과도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기 있다.

즉 대선이후 공식 회의는 영입인사들이 주축인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주요 당직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 대표에 대한 실질적 조언마저 창당이래의 이들 핵심 당직자가 아닌 일부 「입당파」가 포함된 측근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따른 반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당은 이들 핵심 당직자들의 동요외에도 지도체제 및 정치발전기금 문제를 놓고 적잖은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

국민당은 4일 조직강화특위와 당헌·정강정책 개정특위 회의를 잇달아 열고 지도체제 개편 및 전당대회 조기 개최여부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토론에서 「입당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참석자들은 순수 집단지도체제 및 전반적 당조직 개편을 위한 4월 정당대회를 주장한 반면 정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인사들은 단일지도체제의 가미와 3월 전당대회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정 대표의 향후 위상 및 지도체제 성격을 둘러싼 입장차이가 뚜렷이 노정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밖에 상당수 당직자들이 기금조성 문제에 대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또한 멀지않은 장래에 당내 갈등의 불씨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당이 되풀이 되는 「내우」와 「외환」속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숱한 험로를 걸어나가야만 할 것 같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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