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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고속전철 스캔들/스페인정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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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고속전철 스캔들/스페인정가 “술렁”

입력
199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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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2명 의원직 사임/집권당 조기진화 부심/정치자금 유입여부 촉각독일 고속전철(ICE) 제작사인 지멘스사가 스페인의 고속전철 사업을 따내기 위해 스페인 집권당 중진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스페인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지는 1일 지멘스사가 스페인 고속전철(AVE)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집권당인 노동자사회당 의원들에게 약 8억2천5백만페세타(약 8백만달러)의 커미션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이 스캔들에 관련된 의원 3명중 2명은 즉시 당직과 의원직을 사임했다.

독일 고속전철제작 컨소시엄의 간사회사인 지멘스사는 스페인이 지난해 세비야 세계박람회에 맞춰 처음으로 개통한 마드리드­세비야간 고속전철사업수주전에서 프랑스의 고속전철(TGV) 제작사인 알스톰사와 경합 끝에 전철화와 신호체계 부분을 1천억페세타(10억달러)에 수주했었다. 프랑스의 알스톰사는 차량제작부분을 5백10억페세타(약 5억달러)에 맡았다.

이 스캔들은 외국업체의 로비자금이 집권당에 정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노동자사회당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지멘스사는 만가나 당집행위원회 위원과 알바레즈당 행정재정위원회 간사 등 당의 중진급 3명에게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커미션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만가나는 GMP 건설사를,알바레즈는 테크놀로지아 인포르마티카사 등 업체를 경영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들이 지멘스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관련인사는 이 보도에 대해 『정직하게 일했을 뿐이며 회사가 번돈은 정당하다』며 『결코 당과 정부의 이름과 공직을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일에는 또한 당시 스페인에 주재했던 기도 브루너 독일 대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8월 대사직을 마친후 외교관직을 사임하고 곧바로 지멘스사의 고문으로 취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멘스사가 제공한 커미션은 이 회사 수주총액의 1%에 약간 못미치는 액수이다.

이 스캔들은 스페인 집권당의 정치자금 불법조성 사건을 파헤치던 마리노 바르베로 검사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곧 지멘스사의 마드리드지사를 압수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확대되자 노동자사회당은 당소속 인사의 직업적 또는 개인적인 일로인해 당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문제의 커미션은 단 한푼도 당에 유입된바 없다고 주장,정치적 스캔들로 비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펠리페 곤잘레스 총리는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누구든지 권력과 정부와 당을 팔아 개인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히 당과 정부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곤잘레스 총리의 발언이후 관련인사들은 곧바로 사임했으나 대형 정부 발주공사를 둘러싼 공직자의 전형적인 부패사건은 스페인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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