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올바르게 진단·처방하고 있는가.경기조절 정책은 과열경기를 진정시킬 때나 반대로 침체경기를 부양시킬 때나 다같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은 경기의 침체가 심화됐다고 해서 지난 2년여의 안정화정책이 크게 차질을 빚은 것처럼 비판의 소리가 커지면서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안정화정책이 잘못된 것인가. 지금의 경기침체는 총통화량 증가의 억제 등 총수요 억제정책에만 원인이 있는가. 그렇다고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안정화정책은 물가안정·국제수지의 개선 등 의도했던 일부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안정화정책이 당초에 의도했던 목표를 관철하려면 지금까지의 거품제거와 물가안정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임금의 하향안정화를 정착시키고 산업의 구조조정을 진척시킴으로써 경쟁기반을 재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화정책이 지금 경기부양 정책으로 전환될 경우 잘못하면 지금까지의 안정화 효과를 잃으면서 인플레만 재연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경쟁력 기반의 재구축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정책위측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공금리인하,통화량의 신축운영(확대) 등 금융의존형 부양책은 한마디로 『값싸게 돈을 풀자』는 것이므로 지극히 인플레적인 처방일 수 있다. 또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케인즈적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지난 27일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2%에도 못미치는 등 그동안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안정지향적이었다』며 『우리 경제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7% 정도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돼야 하므로 새 정부는 안정과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얘기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은 안정과 성장의 균형이 과도한 경기부양책으로 급격히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현행의 안정기조정책에도 경제활성화 대책이 상당히 보완돼있다. 설비투자자금,외화대부,중소기업 지원자금의 확대,건축규제조치의 철폐,93년도 예산의 조기집행 등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몇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지난 1월26일의 금리인하도 시차가 필요하다. 경제활성화조치가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경기부양에 강력한 투약을 한다면 정말로 인플레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유의해야 하는 것은 정치경제적 요인이다.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행정공백과 정치적 과도기가 기업들의 투자를 유보토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것이 예상외의 경기침체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새 정부가 「작고 강력한 정부」로 출발,행정(국정)공백을 최대한 단축한다면 그것 자체가 경제활성화를 크게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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