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반이로 뚜렷이 구분 추세/김상현·정대철 제휴 가능성도민주당은 2일과 3일 최고위원 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달아 열어 3월 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게임의 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최고위원의 수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중에 있지만 대표선출을 최고위원과 별도로 한다는 「동시분리선거」 방식이 결정됨으로써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가속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동시분리선거 방식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등록을 받은 다음 동시에 투표토록 함으로써 대표경선에 실패한 인사는 자동적으로 최고위원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는 녹다운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당권을 둘러싼 싸움이 더욱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가 배수진을 친 당권경쟁이 가열되자 그동안 암중모색을 계속해온 제 세력들간의 이합집산이 이기택대표체제를 수용하는 쪽과 거부하는 쪽으로 뚜렷이 구분돼가기 시작하고 있다. 즉 이기택후보를 지지하는 「친이기택」그룹과 김상현·정대철 최고위원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반이기택」그룹간에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고 소그룹들간의 제휴와 연대가 구체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표 및 최고위원의 경선방식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이 완전히 스스로의 입장을 드러내놓았으며,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런 연대작업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친이」와 「반이」 진영은 우선 주류연합과 비주류 연합으로 일차적 분할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전에 신민계를 완벽하게 장악해왔던 김 대중 전 대표의 퇴장으로 신민계 자체가 친이와 반이로 분화됐으며 이 대표가 갖고 있던 민주계의 지분도 이탈현상이 조금씩 증대되고 있다. 결국 신민·민주계의 주류측이 이 대표의 대표직 승계를 위해 주류연합을 형성해 나가고 있고 새로운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양계파의 비주류 인사들이 당대표 교체의 기치아래 비주류연합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신민계와 민주계가 주류연합과 비주류연합의 형태로 분리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신민계쪽에서 동교동 직계를 자처했던 권노갑의원이 한정회를 발족시킨 것과,민주계의 핵심인사였던 이철총무가 반이기택 노선을 천명하면서부터.
이 총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롭게 변화된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면서 『김상현·정대철 최고위원간의 연합을 통한 당권교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총무의 이같은 기자회견은 그동안 당내에 산재해 있던 「이 대표 불가론」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 이같은 기류는 『이 대표에게 종전의 김대중대표가 갖고 있던 수준의 권한을 허용할 수 없다』며 순수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해오던 그룹들과 일단 「반이기택」이란 점에서 충분한 제휴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 김상현 최고위원과 정대철 최고위원이 연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독립된 대표선출방식에서 최고득표자가 과반수 이상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투표가 예정되어 있어 자연스런 제휴의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투표전에 양후보간에 연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김 최고위원이 공공연하게 「킹메이커역」을 자임하고 있으며 정 최고위원은 자신이 차세대 대권후보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세분화현상이 구체화되자 이 대표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당권장악을 낙관만은 할 수 없는 국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당초 「김대중이후」를 겨냥,『민주당은 앞으로 신민·민주계가 아니라 주류·비주류로 구분되어져야 한다』고 말해 신민·민주계 주류간의 연합을 추진해왔고 권노갑의원의 한정회 발족선언은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한정회의 발족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성급한 이 대표 지지표명은 하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정회가 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대표의 「선대표」 입장을 지지했던 김영배·김원기 최고위원을 이사직에 임명하는 한편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짝 물러선 모양을 갖춘 것도 이같은 주류연합의 「애로점」을 설명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또 그동안 독자적인 입지를 고수해온 박영숙·이부영 최고위원의 민주정치 개혁모임의 경우 이 최고위원이 비록 대표경선 방식에서 「선대표」 입장을 지지하는 이른바 「동시분리선거」를 제안한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구성원의 면면들이 비주류측에 가까운 정서를 갖고 있어 공개적인 비주류연합이 태동할 경우 그 향배가 간단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의 당권경쟁은 구 민주계 다수와 신민계의 한정회 멤버 중심의 「친이주류연합」 세력과 김상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신민계 비주류,한정회의 「독단」에 반발하는 동교동계 일부,정대철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신진 세대교체 세력이 뭉친 「반이비주류」간의 대결로 압축돼가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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