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스 통신에 의하면 평양을 방문한 쿠나제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 외교부장 김영남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의 개정에 합의했다 한다.지난 61년 소련과 북한이 맺은 이 조약은 제1조에서 소련군의 소위 「자동개입」을 규정하고 있는 동맹조약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이 조약을 어떻게 개정하기로 합의했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에서 언급한대로라면 「자동개입」 조항의 수정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동개입조항은 북한의 도발이 아닌 외침을 받았을 때만 러시아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상 수정방침」을 이미 통고했다고 말했었다.
옐친 대통령이 언급한 「해석상 수정」은 말하자면 동맹관계를 「소극적인 안전보장」으로 바꾼다는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동맹관계의 파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만약 쿠나제와 김영남의 「현실에 맞도록 개정」한다는 합의가 이러한 해석상 수정을 조문화하는데 그쳤다면 우리의 기대에 미흡한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쿠나제 차관은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맺은 협정에 포함돼있는 제반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했다는 보도다.
북한의 핵에 관해서도 옐친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위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핵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의 공급을 중단한 만큼,북한의 핵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었다.
한걸음 나아가 옐친 대통령은 남북한의 상호 핵사찰을 지지한다고 못박았다. 쿠나제 차관의 「IAEA에 대한 의무이행 촉구」는 IAEA의 사찰을 성실하게 받으라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역시 우리의 기대에 미흡하다.
물론 공개된 내용만으로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쟁점이 어떤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미흡한대로 상호원조 조약상 자동개입조항의 개정을 냉전종식후 새로운 흐름의 반영으로 본다면,앞으로 러시아·북한관계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서울방문에 이어 중국과 인도를 방문,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세력권 구축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북한과의 냉전시대 유산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대세를 한시 바삐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고,평화와 번영을 위해 과감한 「과거청산」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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