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취임할 날이 불과 3주 정도 남았다. 광복이후 이승만대통령의 자유당 정권이래 첫 문민정권의 복귀다. 그러나 김 차기 대통령이 이 역사적 영광에 안주하기에는 오늘의 세계적인 조류는 너무나 거칠다. 특히 경제적으로 그렇다. 세계는 영원한 투쟁의 장인 것 같다. 미·소의 민주(시장경제)·공산(사회주의경제) 양대 이데올로기의 냉전체제가 붕괴되자 세계경제에는 고전적인 통상전쟁의 위협까지 부상되고 있다.세계경제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같이 작용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나 지역이기주의 사이에 타협점이 발견되지 못한다면 전후 지금까지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에 의해 그런대로 교통정리가 돼왔던 세계의 통상질서는 가공할 대혼란에 부딪치게 된다. 갓 출범한 클린턴 미 행정부가 이번 철강덤핑 예비판정에서 시사하듯 강성통상전략으로 나올 것 같아 세계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세계통상질서는 이제 「대불확실성의 시대」에 서 있다 하겠다. 국제적인 통상환경이 불투명하고 힘들수록 믿을 것은 국제경쟁력 뿐이다. 김 차기 대통령의 정책 청사진도 여기에 맞추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패배해서는 안되는 경쟁이다. 그런데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이겨내려면 왕도가 따로 없다. 한마디로 『질좋고 값싼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 간단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계(근로자)·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나라와 사회전체가 능률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자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노동,자본,토지 및 설비,기술,철도·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상표와 판매조직,애프터서비스의 유통체계 등에서 비교우위에 서야 한다. 노동 하나만을 생각해보더라도 그렇다. 지난 88년이후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고임금 때문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임금은 높아졌는데 생산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 인과관계가 있다. 부동산 투기로 땅·집·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는가하면 전·월세비도 엄청나게 뛰었고 생필품 가격 등 물가가 폭주했다. 반면 불로소득에 의한 과소비풍조가 만연됐다. 생계비 인상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근검절약,정직,근면의 전통가치관과 자립에의 기대가 붕괴됨으로써 노동경쟁력의 약화내지 상실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겠다. 천민자본주의,배금주의,배타적 이기주의 등 가치관의 타락이 가져온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될 수 없는 것이지마는 아마 막대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은 노동,자본,토지,기술,사회간접자본 등 경제요소 뿐 아니라 이와관련된 체제,제도와 가치관의 효율과 합리성의 경쟁이기도 한 것이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제창하고 있는 「신한국」 「신경제」도 바로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의 회복에 있지 않나한다. 「다시 뛰는 경제」가 그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아직 개혁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자뭇 궁금하다. 민자당 정책위가 김 차기 대통령의 경제정책 입안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중대한 불안요인이 있다. 당정책위가 지난달 28일 김 차기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한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에 금융실명제와 경제력 집중완화 등 양 최대 현안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의 금융 비실명제는 온갖 「검은 돈」의 온실이 되고 있고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은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정면위배며 국민경제의 코가 끼이는 고리가 된다. 둘다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저해하는 양대 장벽이다. 이 장벽들은 철거돼야 한다.
그것이 「신한국」 「신경제」의 주요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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