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사면이란 국가원수의 특권이 유달리 잦게 들먹여지고 있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국가에서 헌법과 사면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국가원수의 명령일하에 형의 선고의 효과를 전부 또는 일부 소멸시킬 수 있으니 이처럼 대단한 「도깨비방망이」가 또 있을까 싶다. ◆사면의 역사를 굳이 따지자면 생살여탈의 권력을 휘두르던 절대군주의 은전 및 은사권이 그 기원이다. 그 때문에 삼권분립이 기본원칙인 민주국가가 세워진 초기에는 구시대의 유물이라하여 사면제도가 일시 폐지된 일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도 차츰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면서 법에 따라 그 기준이 정해져 오늘에 이르렀고,국가적 경사나 정권이 바뀔때면 사면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원칙을 따지자면 사면이란 어디까지나 사법권에 대한 예외적·제한적 현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우려할만한 현상이 가끔 빚어지고 있다. 엊그제 국회상공위 뇌물외유사건 관련자들과 검찰이 유죄(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제기했던 항소를 동시에 포기한 것은,속사정을 알고보면 새 정부 출범 경축사면을 전제하고 기대해서라는게 아닌가. ◆아무리 국가원수의 특권이라곤 하지만 사법권의 예외적 특례로 남아있어야 할 사면 때문에 사법권의 일상적 행사나 절차마저 이처럼 왜곡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 같아 결코 바람직스럽지가 않다. 앞서 여야 두 국회의원 관련사건의 대법원 선고 때도 사면관련 시나리오가 요란했었는데,이번에는 항소포기 사태마저 생겼으니 무슨 언질이라도 미리 받는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도시 그 영문을 모를 지경이다. ◆지난 연말 사면때도 5공비리나 수서사건 관련자들마저 함께 묻혀나와 뒷말이 없지 않다. 국민정서에 맞고 사리에 합당한 사면제도의 선용도 「신한국」 건설의 과제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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